
(서울=뉴스1) 한재준 박기범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완화 법안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이 법안 숙려기간 충족이 안 됐음에도 개정안 의결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이재명(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면죄법'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7일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어 자신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했다.
지난 2일 발의된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 구성요건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위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는 유권자나 후보자에게 명확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자의적 법 해석 및 집행의 우려가 제기된다는 게 개정의 이유다.
국회법 59조는 발의된 법안이 15일의 숙려기간을 거친 후 상임위원회에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들어 법안 심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 측은 즉각 반발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누가 봐도 이재명 면죄법이다. 어떤 이유에서 일방적으로 (법안 심사를) 신속하게 하는지, 전문위원의 검토는 왜 생략한 것이냐"라며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빼면 거짓 행위를 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개정안 처리 시도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추진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후보의 '백현동' 등 발언이 선거법상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해석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법안 날치기 시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나라가 망해도 이재명만 살리면 된다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비난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도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평상시면 정칙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고, 공청회를 열어야 하는 법안"이라며 "이게 특정 대선 후보에게만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빼면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려도 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며 "무법 선거운동을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은 이날 행안위 회의장 앞에서 '이재명 면죄입법 즉각 중지', '피의자 이재명 방탄입법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구성요건에 '행위'가 포함돼 있는 문제는 그간 논란이 됐던 것이라며 국민의힘 주장에 맞섰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학계에서도 (선거법) 개정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유권자와 후보자의 자유로운 정치 표현을 억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모호함을 틈타 정치 검찰이 (이 후보를) 자의적으로 기소하고, 사법부가 선거에 기습적으로 개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구성요건상 행위는) 고공직선거법의 대표적인 논란 지점이었다. 표현의 자유나 명확성의 원칙을 전혀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라며 "행위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검찰이 마음대로 행위의 개념을 정해 출마자를 옭아맬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잘못된 기준에 따라 검찰 마음대로 속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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