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3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8회 칸영화제에 한국 '장편' 영화가 단 한편도 초청받지 못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장편 영화가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과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만 초청되며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반면 일본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플랜 75' 하야카와 지에 감독의 신작 등 장편 6편이 다양한 부문에 고루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작가주의 영화뿐 아니라 상업영화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행여나 홍콩 영화의 전철을 밟을까 봐 두려울 정도로 주말 영화관 좌석도 다 차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억2667만명이던 관객수가 2024년 1억2313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영화관 매출 역시 2024년 1조1945억원으로 2019년 1조9139억원 대비 약 37% 줄었다. 영화산업 회복을 바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홀드백 의무화'가 있다. 개봉 영화가 통상 1~3개월, 짧게는 2~3주 만에 IPTV·OTT 등에 풀리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한 제작사는 "OTT가 손익보존을 위해 새로운 유통 활로가 되고 있지만 관객이 들기만 한다면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관 입장권에 부과된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산업 발전 기초 기금으로, 신진 영화인 육성 등에 쓰이기 때문에 영화 관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모태펀드 규제 개선도 촉구했다. 한 투자배급사는 "업계에 자금이 너무 안 돈다"며 "그런데 모태펀드는 출자제한이 걸려 있다. 순제작비 30억원에 한해 손실 책임을 묻지 않고 지원한다는데 이는 연간 관객수 2억명 시절에 맞는 기준이다. 대기업 제한 등을 한시적으로 풀고, 50억~70억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편당 제작비가 40억원 정도라니 현실화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제2의 박찬욱, 봉준호가 나와야 한다. "한국 영화계는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상업영화와 드라마에 치중하면서 현재 멸종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재능 있는 신인감독 발굴, 독립영화 시장 부흥 등 지원책이 시급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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