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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8년 만의 M&A 삼성, 성장동력 확보에 더 과감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7 19:20

수정 2025.05.07 19:20

마시모 오디오사업 5천억에 인수
4차산업 등으로 인수 손길 뻗치길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지난 1월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차량용 지능(Automotive Intelligence)'을 주제로 한층 개인화된 차량내 경험을 제공하는 지능형 상황 인식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각 좌석에 장착된 우퍼와 스피커를 개별 제어할 수 있는 '하만카돈 앱'과 재생중인 음악과 연동해 차량 내 조명 효과를 제공하는 '오라 라이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지난 1월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차량용 지능(Automotive Intelligence)'을 주제로 한층 개인화된 차량내 경험을 제공하는 지능형 상황 인식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각 좌석에 장착된 우퍼와 스피커를 개별 제어할 수 있는 '하만카돈 앱'과 재생중인 음악과 연동해 차량 내 조명 효과를 제공하는 '오라 라이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전장·오디오 자회사인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고 한다. 바워스앤윌킨스(B&W)를 비롯해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은 오디오 애호가라면 잘 아는 브랜드다. 삼성전자로서는 8년 만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확대 차원이다. 지난 2017년 인수한 하만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한 자동화 운전공간)과 차량용 오디오, 일반 오디오 등을 생산하며 2023년 1조17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인수 첫해의 이익이 겨우 600억원이던 기업이 알토란 같은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목적이다.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이 주력 품목인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의 경쟁 가속화로 사업의 다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세 품목에 집중하기보다는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산업 쪽으로 방향을 틀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비단 대만 TSMC 등만 경쟁자가 아니라 대대적인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급부상이 위협적이다. 물론 혁신을 통해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만, 사업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단계가 됐다. 지난해 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14.71%에서 35.0%로 확대해 최대주주가 된 것은 그런 예다.

어느 기업이나 한순간의 잘못으로 영영 경쟁에서 밀려나고 존재감조차 없어질 수 있다. 전자산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도태된 핀란드의 노키아나 일본 소니 등의 전자기업이 생생한 사례다. 삼성이라고 해서 수백년을 일등기업으로 장수한다고 보장받지 못한다.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면 단기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의 선호는 변화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그에 맞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국내 주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아차 하는 순간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기업을 창건할 수 없다면 인수합병을 활용하는 것이 차선의 방책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합병이 8년 만인데, 쉰 기간이 너무 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도 앞으로 더 커져야 한다. 사법 리스크로 아직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못한 이 회장은 아무래도 활동력에 제약이 따른다.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못하고는 책임과 권한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인수합병도 물론 이 회장의 결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더 많은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려면 이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을 때가 좋은 기회다.
우수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빠져 매물로 나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과감하게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