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한 방서 취침해도…AI, '당신의 코골이' 구분한다

공동수면 환경 속 개인별 숨소리 구분·분석 숨소리 기반 AI모델, 높은 예측 정확도 보여 기존 웨어러블 측정기기 성능보다 약29%↑ "누구나 손쉽게 수면 건강 관리 가능해지나"

[서울=뉴시스] 다인수면측정 연구 도식도 (사진=에이슬립 제공) 2025.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여럿이 함께 자는 환경에서도 각자의 숨소리를 분리해 개인별 수면단계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베개 옆에 두고 자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코골이 소리만 자동으로 식별하는 방식이다.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은 윤인영(정신건강의학과), 김정훈(이비인후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과 이와 같은 인공지능(AI) 모델의 성능을 검증한 연구결과를 8일 발표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의 질과 구조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표준검사다. 하지만 여러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높은 비용으로 일상적으로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와 수면 측정 애플리케이션이 주목받고 있지만 그 정확도는 아직 수면다원검사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기존의 수면 분석 기술들은 대부분 혼자 자는 환경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잘 경우에는 숨소리, 뒤척임, 코골이 등 타인의 소음으로 인해 개인별 수면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숨소리만으로 ▲깨어있음 ▲렘(REM) 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등 수면 단계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공동 수면 상황에서도 개인마다의 수면 단계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성인 44쌍(총 88명)이 각 커플별로 한 침대에서 동시에 취침하도록 하고, 각자의 베개 옆에 스마트폰을 배치해 숨소리를 녹음하고 동시에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했다.

이후 녹음된 숨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이 예측한 개인별 수면 단계를,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해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AI는 스마트폰에 더 가까이 누운 사람의 수면 신호를 자동으로 식별해 개별 분석하게 학습됐다.

연구 결과 AI 모델은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해 4단계 수면 분류에서 매크로(Macro) F1 점수 0.63, 2단계 분류(깨어있음/수면)에서는 0.77을 기록하며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매크로 F1 점수는 다양한 수면 단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웨어러블 수면 측정기기의 성능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윤 교수는 "현실적 주거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이번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만으로도 수면다원검사에 필적하는 정밀 분석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며 "웨어러블 기기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수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동 수면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증명한 첫 사례"라며 "향후 코골이·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 관련 질환을 다인 환경에서 진단·모니터링하는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이번 연구는 그간 비접촉식 수면측정의 가장 큰 한계였던 다인 수면 환경에서의 정확도를, 수면다원검사와의 공식적인 비교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에 활용된 알고리즘은 이미 식약처 2등급 수면무호흡증 진단보조 의료기기인 '앱노트랙(ApnoTrack)'을 비롯해 SKT 에이닷, 삼성생명 더헬스, 경동나비엔, 세라젬 등 주요 파트너사의 B2B 제품 및 소비자용 수면 관리 솔루션에 탑재돼 있다"며 "앞으로도 가정과 병원, 스마트홈 및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글로벌 수면 AI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