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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30개 대신 2개'…트럼프 발언에 "백만장자 관점" 비판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8 07:58

수정 2025.05.08 07:58

中과의 관세 전쟁에 美소비자 체감 물가 오르자 나온 발언
트럼프 정책 동의해 온 공화당 상원도 "역효과 날라" 불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강경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폭풍 우려를 무마하기 위해 '인형' 발언을 내놓은 뒤 미 공화당 상원으로부터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단절 수준에 가까운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아예 매장의 선반이 빌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어쩌면 아이들이 인형을 30개 대신 2개를 가지게 되겠다. 어쩌면 그 인형 2개도 평소보다 몇 달러 더 비싸지겠다"라고 말한 데 이어 지난 4일 방영된 NBC와의 인터뷰에서선 각료회의 발언에 대해 "난 그냥 그들이 인형을 30개나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3개를 가질 수 있다"며 "그들은 연필 250개가 필요하지 않다. 5개를 가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도 "내가 말하고 있는 건 10세, 9세, 15세 소녀는 37개의 인형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그들은 2∼5개로도 매우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해온 공화당 상원의원들마저 이런 발언에 반감을 드러내며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의원은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은 궁핍을 경험한 사람들에 따라야 하는데, 이는 분명히 아니다. 매일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더 공감을 불러일으킬 메시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예 인형 사례 언급을 중단하라는 요청도 나왔다.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단기적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있을 것으로 믿고 가족 단위에서 기대치를 설정하려는 점은 존중한다. 하지만 그는 백만장자 관점에서 기대치를 설정하고 있어 노동자 가족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셸리 무어 캐피토(웨스트버지니아) 의원도 "그(트럼프)는 그게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게 가장 좋은 예시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공화당 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드라이브를 비판해온 랜드 폴(켄터키) 의원은 '인형 사례'를 두고 "인형의 수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고,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정부가 얼마만큼 사는 것이 좋은지 정해주는 것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