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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사자 얼굴 76년 만에 첫 복원 “이게 제 아버지의 얼굴이네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8 15:54

수정 2025.05.08 17:58

유해 CT 촬영부터 얼굴 복원 완료까지의 과정 최초 공개
국유단, 고 송영환 일병’ 표준영정 복원 딸 송재숙 씨에게 전달
송씨, 어버이날 처음 마주한 아버지 영정 앞에 카네이션 바쳐
[파이낸셜뉴스]

故 송영환 일병 표준영정. 국방부 제공
故 송영환 일병 표준영정. 국방부 제공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추진한 6·25전사자 유해(두개골) 얼굴 복원의 첫 번째 완료 사례를 공개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10월 238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9사단 소속의 고(故) 송영환 일병이다.

8일 국유단에따르면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전하는 ‘어버이날’에 특별한 순간을 보내는 노년의 한 여성은 고(故) 송영환 일병의 외동딸인 송재숙 씨(76세)다
고인의 딸인 송 씨는 고인이 스물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겨우 세 살배기에 불과해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국유단을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제공한 지 5년 만에 다시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국유단을 찾았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하면서 영정 앞에 카네이션을 놓았다.



송 씨가 아버지를 보기 위해 여동생과 함께 국유단 본청 앞에 이르자 함성제 상사와 심영순 감식관이 다가가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국유단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전하는 어버이날을 맞이해 유가족 송재숙 씨를 기관으로 초청해 아버지 고 송영환 일병의 유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2D 표준영정’과 함께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고인의 헌신을 기리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수개월간 고심을 거듭하며 얼굴 복원 작업을 진행한 국과수 관계자에게도 표창을 수여했다.

국유단 이규상 중앙감식소장과 국과수 이원준 수석법의관은 양 기관에서 업무협약을 추진한 당사자다. 국과수 유준열 연구원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고인의 얼굴을 복원한 실무자다. 컴퓨터단층촬영 이후 최초 두개골 상태에서 근육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얼굴의 만드는 과정에는 모두 그의 손길이 담겨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고 송영환 일병이 전사한 후 흙 속에 묻힌 유해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62년, 그로부터 신원확인까지는 11년이 걸렸다. 그리고 국유단과 국과수가 함께한 11개월간의 노력 끝에 생전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고 송 일병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서 1924년 6월 8일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나 1950년 6·25가 발발하자 그해 12월 제2훈련소에 자원입대 이후 국군 제9사단 29연대 소속으로 1951년 2월 16.∼24일 간 벌어진 북한군 제2·3군단과 맞서 싸운 정선 전투에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고 제1이동외과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치료를 받던 중 1951년 3월 17일 전사했다. 하지만 6·25전쟁 중인 당시 전사자를 급히 인근에 매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는 그의 공의 기려 1954년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그러던 중 국유단은 2013년 9월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에서 관련 제보를 받고 총 7구의 유해를 수습했으며, 이 가운데 2014년 고 김영탁 일병(100번째)과 고 이종용 일병(101번째), 2024년 고 송영환 일병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의 남동생인 송의환 일병(다섯째)도 1950년 11월 입대해 국군 제2사단 소속으로 1951년 2월 ‘영천-보현산 일대 공비토벌 작전’에 참전했다가 실종·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유해는 수습되지 못한 상태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호국영웅의 얼굴을 복원하는 것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분의 명예를 선양하는 것을 물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한 방식입니다. 앞으로도 6·25전사자가 생전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과수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준 국과수 수석법의관은 “국과수가 얼굴 복원 감정을 통해 국유단의 6·25전사자 신원확인과 그 넋을 기리는 데 협력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며, 계속해서 6·25전사자가 생전 얼굴을 되찾는 일에 국유단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8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서 열린 6·25전사자 유해 얼굴복원 유가족 초청행사에서 故 송영환 일병의 딸 송재숙 씨가 영정에 카네이션을 놓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어버이날을 맞아 고인의 딸인 송재숙 씨를 국유단으로 초청, 유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2D 표준 영정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송 씨는 본인이 3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찾기 위해 2020년 직접 국유단을 방문, 유전자 시료를 제공했다. 뉴스1
8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서 열린 6·25전사자 유해 얼굴복원 유가족 초청행사에서 故 송영환 일병의 딸 송재숙 씨가 영정에 카네이션을 놓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어버이날을 맞아 고인의 딸인 송재숙 씨를 국유단으로 초청, 유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2D 표준 영정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송 씨는 본인이 3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찾기 위해 2020년 직접 국유단을 방문, 유전자 시료를 제공했다. 뉴스1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