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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경 쓰면 보이지 않아?"…'나의 저시력인 친구를 소개합니다'

연합뉴스

입력 2025.05.08 16:20

수정 2025.05.08 16:20

애정인가 착취인가…'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신간] "안경 쓰면 보이지 않아?"…'나의 저시력인 친구를 소개합니다'
애정인가 착취인가…'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나의 저시력인 친구를 소개합니다 = 신연서·차향미·김창수 지음.

흔히 시각장애인 하면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아 촉각, 청각, 후각으로 세상을 유추해나가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이들은 '맹'(盲) 상태인 장애인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81.4%는 그보다는 조금 나은 시력을 지닌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다. 그들은 시력검사표의 첫 3~4줄의 큰 글자만 볼 수 있다. 시야가 좁아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도 한다.



시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에 '안경을 쓰면 보이지 않아?' '수술하면 되지 않아?'와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의료행위나 고도의 광학 기술이 만들어낸 안경으로도 이들의 시력은 교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이 불편하다. 문자를 읽으려면 눈앞 5㎝까지 휴대전화를 가져와야 하고, 식탁 위 반찬이 콩인지 간장인지 구분하려면 반찬을 매우 가까이서 뚫어져라 바라봐야만 한다.

책은 저시력인이 겪는 일상의 불편과 그들이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시각장애를 전공한 신진서 씨는 저시력인의 교육과 삶에 대해, 저시력자인 차향미·김창수 씨는 그들이 겪어온 세월과 일상에 대해 적었다.

특수학교 교사인 차향미 씨는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인사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고 고백한다. 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의 교감인 김창수 씨는 사람의 표정이나 인상을 20㎝ 이내에서 보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다는 점, 밤에 신호등 불빛을 구분할 수 없어 교차로가 부담스러운 점 등 일상의 불편을 소개한다.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인사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여서 인사성이 없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말이 듣기 싫어 바닥을 바라보며 걸어 다녔더니 인상이 차갑다거나 무뚝뚝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요. 나는 성격이 밝고 사람과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데 말이지요." (차향미)
초록비책공방. 256쪽.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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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 최훈 지음.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이다. 우리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에게 '반려'라는 단어를 붙인 건 관계에 있어 평등을 지향한다는 뜻일 터이다. 그러나 실제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기울어져 있다.

그 불평등의 자취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보호라는 명분 아래 반려동물에게 영구적인 의존을 강요하거나, 주인의 목적대로 품종을 '개량'하거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 등이 그런 사례다. 이때 애정은 지배 또는 착취와 구분되지 않는다고 강원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이외에도 애완동물을 태어나게 해도 되는지의 문제와 선택적 교배, 개 식용과 동물 시민권 논쟁 등 동물 윤리학의 여러 쟁점을 다룬다.

사월의책. 40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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