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의 AMC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카마이크 시네마를 11억 달러에 인수하며 북미 최대 극장 체인으로 떠올랐다. 이후 영국의 오데온&UCI시네마스 그룹과 북유럽의 노르딕 시네마 그룹까지 흡수하며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 2020년에는 미국 법무부가 영화 배급업과 상영업의 겸업을 금지하는 '파라마운트 판례'를 폐지하면서 대형 영화사의 극장 소유가 가능해졌다. 이에 소니픽처스는 지난해 극장 체인 알라모 드래프하우스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롯데컬처웍스(옛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중앙이 지난 8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
국내 극장 산업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체 관객 수는 약 1억2천312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돼 1∼3월 누적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특히 한국영화 관객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상반기 기대작으로 주목받은 봉준호 감독의 '미키17'도 300만 명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이는 영화 자체보다 관객의 극장 이탈이라는 추세를 반영하는 상징적 사례다. 위기감은 극장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관람객 감소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이 관람객을 대거 빼앗아갔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에서 고화질 콘텐츠를 시간·장소 구애 없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처럼 전 세계적 화제작들이 극장이 아닌 OTT에서 첫 선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영화 관람료는 각종 할인혜택 등을 반영하면 평균 1만 원선이다. 여기에 음료·스낵까지 곁들이면 2만5천 원∼3만5천 원이 소요된다. 중간 규모 영화의 부진, 다양성 영화의 축소 등 콘텐츠 약화 현상도 관객층을 좁히고 있다.
롯데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단순한 기업 간 통합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암시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 함께' 시리즈와 '한산: 용의 출현' 등을 성공시켰다. 메가박스의 플러스엠은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시장을 주도했다. 양사의 콘텐츠 역량을 결합하면 '기획-제작-배급-상영' 전 과정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다양성과 독립영화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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