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현장르포]"늙은 경주마여 이젠 쉬시오" 馬 복지 힘쓴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9 10:00

수정 2025.05.09 15:04

지난 8일 전북 장흥군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내 말 요양소에서 전설의 경주마로 불리는 ‘동반의강자’(왼쪽)와 ‘터프윈’이 거닐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8일 전북 장흥군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내 말 요양소에서 전설의 경주마로 불리는 ‘동반의강자’(왼쪽)와 ‘터프윈’이 거닐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지난 8일 전북 장수군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내 말 요양소는 초록빛 들판이었다. 전설의 경주마로 불리는 ‘터프윈’(18세)과 ‘동반의강자’(20세) 두 마리가 흰 울타리에 고개를 기대 큰 눈을 떴다 감았다. 경주마는 대게 2세부터 7세까지만 활동한다. 15여년전 경마장 라이벌이던 두 은퇴마가 초원 위를 천천히 걸었다. 말 수명은 약 30세, 두 말은 늙은 편이다.

말 콧등 위에 난 얼룩을 쓰다듬으니 따듯했다.

장수목장은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내륙 최대 경주마 생산·육성기지다. 우수 경주마 생산 및 육성을 지원하고 승용마 생산지원 및 훈련을 통해 국내 말산업 전초기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말 복지 확산을 위한 거점이기도 하다. 전설로 회자되는 두 말을 말 요양소에 두는 이유다. 터프윈과 동반의강자 오양소 건너편에는 승용마인 ‘유니콘’도 한가롭게 거닐었다. 유니콘은 지난 2월 요양소에 들어올 때 450㎏에서 500㎏ 정도로 살이 붙고 건강해졌다.

이날 김진갑 장수목장장은 “마사회는 장수목장에서 말 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마사회에서 활용한 말들이 마지막 여생을 아름답게 보내도록 최후의 돌봄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활용하고 이후에 책임지는 것이다”며 “말을 이용하는 단계까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마사회에서 최소한 복지 모델을 제시하고 모범사례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사회 말복지센터에선 말 요양소 등 ‘명예경주마 휴양사업’을 하고 있다. 은퇴 경주마들 중 우수한 성적이나 특별한 스토리 및 차별화된 경력을 가진 경주마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보호를 넘어 경주마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 친화적 휴양 환경 △맞춤형 사양 관리 △전문 수의 관리 등 경주마 복지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말 복지 제고 대책(2025~2029)’을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말산업 발전 및 말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방안을 마련했다. 2011년 말산업 육성법 제정 및 육성 정책 시행 등으로 말산업 규모는 늘었지만 복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말은 2000년 2만6525두에서 지난해 2만7521두, 말 사업체는 2513개에서 2668개로 증가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