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빌 게이츠 “재단 조기 폐쇄? 사후 50년 나의 진심 누가 알지 몰라”-NYT 매거진 인터뷰

뉴시스

입력 2025.05.09 11:41

수정 2025.05.09 11:41

테크 재산 99% 기부와 ‘게이츠 재단’ 20년 후 폐쇄 배경 설명 AI 활용한 신약 개발 등 지금 더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더 효과 “나는 본보기, 20년 후 더 많은 부자들의 기부 기대”
[자카르타=AP/뉴시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메르데카 궁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악수하고 있다. 2025.05.09.
[자카르타=AP/뉴시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메르데카 궁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악수하고 있다. 2025.05.09.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갑부 중의 한 명인 빌 게이츠(69)가 8일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고 세계 최고의 글로벌 건강 자선 단체 중 하나인 게이츠 재단을 20년 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게이츠는 자신의 남아 있는 테크 자산 99%는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게이츠가 이날 기부를 약속한 자산 규모는 1070억 달러(150조 원)에 이른다.

게이츠 재단은 당초 멜린다와 빌 게이츠 사후 50년에 걸쳐 활동을 하다 축소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이 같은 시간표를 대폭 앞당겼다.

새로 발표된 시간표에 따라 재단은 2045년 12월 31일 영구적으로 문을 닫고, 그때까지 재단은 기금과 게이츠의 남은 개인 재산 거의 전부를 소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이와 관련 게이츠와 이틀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8일 올렸다.

◆ 왜 지금 재단의 활동 시한을 20년으로 했나

왜 이 시기에 재단의 20년 후 활동 중단을 발표했나.

이에 대해 게이츠는 제한된 시간 내에 기금을 사용해야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한 유산 같은 데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만약 영구히 유지되는 재단이 되려고 하면 연간 90억 달러가 아닌 60억 달러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볼러스 투여(bolus dose)’ 방식에 비유했다. 약물을 환자의 체내에 빠르게 주입하는 주사를 뜻하는 의학 용어다.

그는 ‘기적적인 시기’라며 HIV 유전자 치료법, AI 신약 개발 활용 및 의료 서비스 시스템 접목 등 많은 연구 분야에서 지금 쓰는 것과 나중에 쓰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멜린다와 자신이 죽은 뒤 50년간 재단의 모든 돈을 쓸 것이라고 말했으나 세상이 매우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AI나 정치를 보면 50년 후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좀 어리석다고 보았다.

“세상에는 더 많은 부자가 생길 것이고 그들도 AI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정치와 정부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게이츠는 자신은 좋은 본보기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20년 후 부자들은 자선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부를 소유했다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을 얘기한다”며 “MS가 엄청나게 잘나갔고 덕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앤드류 카네기의 말도 인용했다. “이렇게 부유하게 죽는 사람은 불명예를 안고 죽는다”

◆ 재단, 지난 25년간 1000억 달러·향후 20년간 2000억 달러 지출

재단은 2000년 설립 이후 1000억 달러 가량을 지출했다. 앞으로 20년간 20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속했다.

세 가지 핵심 목표에 집중한다. 어머니와 아기가 예방 가능한 원인으로 사망하지 않도록 한다. 다음 세대는 치명적인 전염병 없는 세상에서 성장한다.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더 많은 국가가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앞으로 20년 동안 엄청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에이즈(HIV), 결핵 뿐 아니라 림프관 사상충증이나 내장 리슈마니아증처럼 덜 알려지고 간과되는 질병에 대한 그의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따라잡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다.

개발도상국의 산모 사망률이 부유국과 거의 비슷해지고 유아 사망률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게이츠는 예측한다.

◆ 트럼프의 원조 삭감 비판

게이츠는 단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크지는 않지만 유아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이츠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원을 삭감해 유아 사망이 매년 100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의 외국 원조 삭감의 범위에 충격을 받았고 미래 어린이의 사망을 일론 머스크의 손에 맡긴 것을 비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죽음에 연루됐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20% 정도 삭감될 줄 알았는데 80% 정도 삭감됐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가 의회의 개입 없이 PEPFAR(에이즈 구호 프로그램)나 소아마비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HIV 연구 및 임상 시험 네트워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키어 스타머 총리의 영국 등 다른 다른 부유한 나라의 지도자들도 질병 퇴치 원조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영국의 원조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증가했는데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러 가면서 0.3%까지 줄었다고 그는 비판했다.

게이츠는 인공지능(AI)을 ‘마법의 지팡이’라고 부르며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약물 발견 분야뿐만 아니라 더 나은 전달 메커니즘 구축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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