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10% 관세가 새 기준…다른 나라들 더 나쁜 조건으로 협상할 가능성 높아"
![[워싱턴=AP/뉴시스] 미국과 영국이 첫 무역협정을 타결한 가운데 영국은 '덜 손해 봤다'는 측면에서 승리한 것일 뿐, 이번 협정은 다른 나라들에 10%의 관세가 기준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영국과의 무역합의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2025.05.09.](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9/202505091151362789_l.jpg)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과 영국이 첫 무역협정을 타결한 가운데 영국은 '덜 손해 봤다'는 측면에서 승리한 것일 뿐, 이번 협정은 다른 나라들에 10%의 관세가 기준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영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어 상대적으로 '쉬운 협상 상대'임에도 이번 협정은 "영국에 좋은 협정이 아니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영국은 미국과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산 제품을 대량 구매하며 국방비에도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다.
영국은 이번 협정으로 미국 수출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받았는데, 이는 2023년 2% 미만에서 인상된 수치다. 또 10만 대 이상의 자동차 수출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년 전 미국이 가장 오래되고 굳건한 동맹국인 영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면, 양국 사이에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두 나라 모두 이를 긍정적인 결과로 환영하고 있고 주식 시장도 이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은 상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고관세, 보호주의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앞으로의 무역 협정은 장벽이 얼마나 낮아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높아졌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협정은 다른 나라들이 더 나쁜 조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영국의 승리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시절 무역 협상가였던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사라 비앙키는 "10%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국이 0%로 낮추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영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유지되길 바라는데, 무역 문제로 미국과 충돌한다면 이런 목표 달성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이번 협정에서 한 발 물러났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즉,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안보·외교적으로 무역에서 양보했고, 미국은 경제 논리뿐 아니라 정치·군사 전략을 무역 정책에 끌어들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협정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미국이 무역 관계에서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암시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10일과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보복성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실질적인 교역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은 이번 영국과의 협정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중국 고립'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서 내세운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이번 스위스 회담에서 중국의 협상력은 더 높아질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중 회담이 "실질적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미국 행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기회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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