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디니 공원 내 마지막 국가관 '한국관' 30주년 기념 건축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 분야 국제 전시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제19회 국제건축전이 문을 열었다. 한국관 전시를 맡은 건축가 4인방 중 한 명인 이다미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다양한 국가관을 오간 고양이의 기억을 더듬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지시간 8일 오전 11시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공원에서 열린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의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내 기자단에게 전시를 선공개하는 프레스 오프닝을 진행했다. 26개 국가의 건축관(파빌리온)중 마지막으로 조성된 한국관에는 30주년을 맞아 한국관 건축의 과거로부터 미래를 알아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관 입구 왼쪽 실린더홀에는 고양이의 기억을 사진으로 형상화해 붙인 패브릭이 전시됐다.

전시는 세 명의 건축 큐레이터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로 구성된 예술감독 CAC가 기획하고 건축가 김현종(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 박희찬(스튜디오히치), 양예나(플라스티크판타스티크),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가 참여했다. 네 명의 건축가는 공간을 크게 4구역으로 나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관의 건축적 조건과 공간적 특성을 조명한 작업을 각각 선보였다.
한국관 입구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한국관을 조성한 건축가의 전시 패널이 눈에 들어온다. 1993년 독일관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백남준 작가의 주도로 한국 건축가 김석철, 베니스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협업해 자르디니 내 마지막 국가관인 한국관을 조성했다. 한국관은 개인 건축가가 조성한 다른 국가관과 달리 협업을 통해 조성된 건축물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정다영 큐레이터는 "그런 시간들의 의미를 생각하는 동시에 자르디니의 마지막 국가관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전시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희찬은 한국관을 둘러싼 나무를 조명했다. 창가에 15도 각도로 누운 '섀도우 캐스터'를 설치해 시간에 따라 빛이 들면 나무의 그림자가 다른 모양으로 천에 맺힌다. 이외에도 잠수경 모양의 '엘리베이티드 게이즈'를 만들어 한국관 옥상에서 보이는 나무와 자연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양예나는 한국관이 조성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구역인 벽돌방 전시를 맡았다. 한국관과 땅 사이 빈 공간을 연구하며 미지의 생명체를 구현하고 과거에서 미래를 바라본다는 관점으로 미지의 생명체를 투명한 막에 쌓인 원형에 묶어 전시했다. 주제는 '파빌리온 아래 3000만년'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관을 둘러싼 숲길이 정비되면서 한국관의 외관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자연과의 상생을 강조한 국가관의 특성을 살려 한국관은 용적률을 감안하지 않고 나무뿌리를 피해 공간을 지었다. 한국관 전시는 오는 11월 23일까지 진행된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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