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양보는 바이킹 침략자에 준 뇌물 ‘데인 겔트’와 다를 바 없어”
“국가간 협정 아닌 폭력조직 보스에게 제공한 보호무역주의”
“자유로운 무역과 다자간 규칙 옹호라는 EU 탈퇴시의 약속과도 달라”
![[런던=AP/뉴시스]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무함마드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를 영접하고 있다. 2025.05.09.](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9/202505091706273664_l.jpg)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실행을 90일간 유예하고 각 국과 벌이고 있는 개별 협상 결과가 8일 처음 나왔다. 미국이 앞으로 다른 국가와 진행하거나 벌이고 있는 협상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사설에서 전에는 없었던 10% 기본 관세가 그대로 남았고 외국 영화에 부과하겠다고 한 100% 관세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영국에게 최적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을 없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전세계에 주는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별도의 칼럼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앨런 베아티는 양국 무역 협정을 설계한 사람들조차 경제적 또는 법적으로 아름다운 협정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서명된 문서조차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철강과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이 협정은 주권 국가간 자유화 협정이 아닌 폭력조직 보스에게 지급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협정으로 영국에 단기적인 이익이 될 지라도 세계 무역 시스템의 건전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의 자동차 수출은 주로 유럽연합(EU)이 대상으로 미국은 5분의 1도 안된다. 철강은 대서양을 건너는 수출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영국이 간절히 협상에 임해 트럼프가 앞으로 더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은 ‘데인 겔트’(Dane-geld·중세 앵글로색슨 시대 영국의 왕들이 바이킹 침략자들을 매수하는 데 사용했던 보호비)는 한 번 지불하면 데인을 영원히 없앨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 캐나다, 멕시코와 자신이 맺은 합의를 2기에서 번복했다.
영국은 내년에 완전한 무역 협정으로 이어질 예정이지만 트럼프는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자신이 했던 양보를 철회할 수 있다.
이번 협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세계 무역 시스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미국산 에탄올과 쇠고기에만 보호 조치를 완화한 것은 다자간 무역 시스템의 근간인 ‘최혜국 대우 원칙’을 어겼다.
이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더 자유로운 무역과 다자간 규칙을 옹호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약속과도 맞지 않는다.
영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신속한 합의를 서두르면서 다른 국가들도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게 된 것도 다른 국가에는 안좋은 소식이다.
영국이 협정으로 트럼프로부터 최악의 관세 부과는 피했지만 영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무역 시스템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될 것이라는 약속은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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