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역학 기반 조사…유럽·호주 등서 활용
필로폰, 4년 연속 모든 하수처리장서 검출
"국가 차원에서 예방·치료·재활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2023년도 조사 결과를 정리해 지난해 5월 29일 발표했다. 사진은 4년간(2020~2023년)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 (사진=식약처 제공) 2025.05.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11/202505111002369015_l.jpg)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난 2015년 국제학술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된 논문 한 편이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 5개 도시에서 폐수 기반 약물 역학의 첫 적용 사례(The first application of wastewater-based drug epidemiology in five South Korean cities) 논문을 통해 발표된 생활하수가 모이는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 등의 마약 물질이 대량 검출됐다는 데이터 때문이었다.
부산대 오정은 화공생명·환경공학부 교수팀이 2012년 12월부터 2013년 연초까지 국내 5개 도시 부산, 울산, 창원, 밀양, 김해의 15개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분석한 결과였다. 당시 오정은 교수팀의 발표는 '마약청정국'이라는 우리 사회의 자부심을 크게 흔들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수역학 불법마약류 사용행태 조사'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하수역학 기반 조사는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사용추정량)하는 과학적 기법이다.
해당 조사기법은 ▲시료채취 시기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의 양 ▲허가된 의약품의 (몸에 흡수돼 밖으로 배출되는)대사물질 등 영향으로 사용추정량과 차이 등의 한계가 있지만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정부 차원의 마약류 모니터링에 활용하고 있다. 수사·단속기관의 적발 외에 실제로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23년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법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다만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이하 사용추정량)은 2020년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코카인의 경우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증가했으며 그간 서울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2023년에는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보면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의 경우 경기 시화·인천이 높았으며, 암페타민의 경우 청주·광주, 엑스터시(MDMA)의 경우 경기 시화·목포, 코카인의 경우 서울(난지)·세종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식약처는 "지역별 사용추정량은 시료 채취 시기의 강수량, 이벤트(집회 등)나 하수처리 구역 내 유동 인구 등의 영향으로 인해 단순 비교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11/202505111002362424_l.jpg)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나 마약류 사범 수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천참사랑병원은 국내에서 마약류 중독 치료의 중추로 꼽히는 곳이다.
코카인 사용추정량 증가와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앞으로 그간 실시해 오던 특정물질 위주의 분석과 대사체를 포함한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해 필요시 임시마약류나 마약류로 지정하고 신종마약류를 탐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연구팀은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개소 이상,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돼 산업·항만 지역 등을 추가 대표 하수처리장을 선정했다. 이곳에서 하수를 연간 분기별로 4회 채집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조사했다.
※ 마약 중독은 벗어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마약류 중독문제 등으로 어려움을겪고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24시간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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