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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의 바다이야기] 5월은 바다의 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1 19:04

수정 2025.05.11 19:15

지난 10일은 '바다식목일'
오는 31일은 '바다의 날'
日처럼 공휴일 지정해야
전 해양수산부 차관
전 해양수산부 차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가슴에 푸근하게 와닿는 기념일과 행사가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으니 가정의 달이라 부를 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은 물론 지금도 가장 기다려지고 가슴 설레는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5월은 바다와 물을 가까이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엊그제 5월 10일이 '바다식목일'이고, 5월 31일은 바로 '바다의 날'이다.

올해는 13번째 바다식목일로 우리가 육지에서 산림녹화의 신화를 이루었듯이 바다에 해초를 심고 푸른 바다를 가꾸고자 다짐하고 실천하는 날이다. 바다식목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날로, 우리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바다의 날은 1996년 해양수산부 발족과 함께 지정되어 올해 30번째 맞게 되는데, 특히 이날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大使·통일신라 관직)가 완도에 청해진을 세운 날이기도 하다.

물론 바다의 날이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 해양국가인 일본은 당연히 바다의 날이 있는데, 7월 셋째주 월요일이다. 처음에는 우리처럼 특정한 날이 바다의 날이었으나 더 많은 국민이 이를 기억하고 참여하도록 현재와 같이 변경했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와 다른 점은 바로 공휴일이란 점이다. 월요일이기에 3일 연휴가 된다. 자연스럽게 일본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바다의 날을 지내며 바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바다의 날 덕분에 하루 쉬게 되니 자연스럽게 바다의 날을 다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바다의 날이 수십개 법정 기념일 중 하나로 해양수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기억하는 현실과 대비되기에 한편 부럽기도 하고 아쉬움이 앞선다. 중국도 명나라 때 정화가 1차 대항해를 떠난 1405년 7월 11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고 있으나 공휴일은 아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남미의 내륙국가인 볼리비아에 바다의 날이 있다는 사실이다. 3월 23일이 바다의 날인데, 그것도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내륙국가에 바다의 날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그것도 공휴일이라니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바로 19세기 중반까지 볼리비아는 태평양 해안을 가진 어엿한 해양국가였으나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태평양 연안을 빼앗겨 지금처럼 내륙국가가 되어버렸다. 바다가 없기에 지금도 볼리비아는 남미에서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그룹에 속하고 있다. 바다가 있고 없고가 국가 경영과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볼리비아가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렇기에 볼리비아는 매년 3월 23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바다를 되찾자는 다짐을 온 국민이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볼리비아는 안데스산맥에 있는 남미 최대의 내륙호수 티티카카호에 해병대를 포함한 해군 7000명과 잠수정 등 해군 함정 수십척을 보유하고 있다. 언젠가 바다를 찾게 될 것이고, 그런 기회가 오면 바로 해양해군으로 전환하고자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리비아는 바다 한 뼘 없는 내륙국가이지만 바다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어느 섬나라 못지않은 해양국가라고 부르고 싶다.

볼리비아와 일본의 바다의 날은 우리 바다의 날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바다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국가경제나 먹거리나 일상생활 모두 바다 없이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바다의 날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게 현실이다.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지 바다를 빼앗겨 본 볼리비아가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바다식목일과 바다의 날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5월 31일 바다의 날이 공휴일이 되어 모두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바다의 달'이다.

전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