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성장률 꼴찌 나랏빚 폭증, 韓경제 출구 모색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1 19:08

수정 2025.05.11 19:08

1분기 19개국 중 최하위 성장
재계는 미래 100대 과제 제안
11일 서울 명동거리 한 폐업한 가게에 폐점 세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명동거리 한 폐업한 가게에 폐점 세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4분기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주요 19개국 중 꼴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관세전쟁과 강화된 보호무역 파고로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첨예한 패권다툼과 새로운 경쟁구도는 세계 각국이 직면한 공통된 어려움이다. 다들 예전만 못한 성장이 불가피한 현실에 놓여 있지만 하락폭이 우리가 가장 심하다는 사실은 곱씹을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46%다.

당초 0.2%로 내다봤으나 예상과 달리 역성장을 기록, 충격을 줬다. 여기에 주요국 중 우리만큼 뒷걸음친 나라가 없다는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우리만 낙오자가 되는 것 아닌가 암담함을 갖게 하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이 더뎌지기 마련이지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는 모두 플러스 성장을 했다.

관세전쟁 혼란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도 우리처럼 역성장이었으나 -0.069%에 그쳤다. 주요국 중 일본, 영국이 아직 1·4분기 성장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보다는 나은 수치일 것이라고 한다. 하위권 성적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1·4분기에 1%대 성장률로 비교적 상위권에 들었으나 2·4분기 이후 뒷걸음치면서 매번 반등에 실패하다가 이제는 아예 맨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더 걱정인 것은 갈수록 어두워지는 전망이다. 대내외 악재로 올해 연간 1%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주요 기관들의 최근 분석이다. 올해 우리나라 전망치는 한달 새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GDP 전망치 평균이 0.8%다. 3월 말 1.4%였던 수치가 급락한 것이다.

성장이 뒷걸음치는 이유는 종합적이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곳곳에서 장벽을 마주했고, 미래를 내다본 신산업 발굴 노력은 충분치 못했으며, 기업들은 여러 사정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치명적인 것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내수경기다. 고물가와 가계빚에 시달린 탓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여력이 없다. 자영업자들의 금융권 연체율은 팬데믹 이후 최고치다. 이런 난국에 경제사령탑이 부재한 현실도 기막히다.

성장은 침체 수렁에 빠졌는데 나랏빚 증가세는 압도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처음으로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치는 54.3%다. 10년 전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39.1%로 평균 47.4%보다 크게 낮았다. 팬데믹 이후 재정지출을 급속히 늘려 지금에 이르렀다. IMF는 향후에도 빠르게 상승, 2030년엔 6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폭 순위가 비기축통화국 중 체코에 이어 2위다.

선심성 지출은 줄이면서 침체를 이겨낼 부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대선 후보들이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을 자제해야 한다.
재정만 축내고 농가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양곡법 개정안 약속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11일 네거티브 전환을 통한 규제혁신 등을 골자로 한 미래성장 100대 과제를 차기 정부에 제안했다.
기업과 성장, 경제살리기에 대선 주자들이 결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