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관세정책 피해 현실화
KDI,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 경고
KDI,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 경고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2월 철강, 알루미늄을 시작으로 관세부과 품목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3월까진 관세 여파가 두드러지 않았다. 지난달 들어 대미 수출이 석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피해가 가시화됐고, 이달 더 큰 폭으로 뒷걸음친 것이다. 미국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트럼프 정부와 관세협상은 대선 이후 본격화되겠지만 사전에 적극 대응력을 키우고 여러 옵션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수출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유럽연합 등 핵심 지역 곳곳에서 초토화됐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20.1%, 14.5%나 감소했다. 중국, 미국, 베트남은 우리의 수출국 '톱3'로 이들 3국 수출물량이 전체의 49%를 차지한다. 중국 시장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향후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미국이 중국의 우회수출 금지를 위해 새롭게 견제에 나선 지역이다. 국내 수출기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주력품목을 확 늘려 불확실한 대외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주요 거래국의 수출 후퇴에도 대만 수출이 14%나 증가한 것은 그래도 고무적이다. 품목별 성적을 보면 10개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한 9개 품목 전부가 감소를 기록했다. 자동차가 23%, 석유제품이 36%나 급감했다. 국내 수출 상위품목들은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화가 없다. 정부와 기업이 기존 주력품들의 열세를 상쇄할 새 동력을 서둘러 발굴하고 함께 키워야 한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고꾸라지면서 '역성장 뉴노멀'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내외 기관들은 앞다퉈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낮춰잡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줄줄이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렸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구조적으로 더욱 취약해진다는 의미다. 잠재성장률이 1% 언저리에 그치면 경제는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KDI는 이날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서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존의 '경기 하방 위험' 경고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경기 둔화 국면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게 KDI 분석이었다.
꺼져가는 성장 엔진과 시들한 기업 혁신, 산업 현장의 낮은 생산성 등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멀리 내다보고 경제 체질을 바꾸고 산업 체력을 키우는 데 총력을 쏟을 시간이다. 그래야 수출도 살아나고 역성장 우려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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