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세금 5000억 들어
정당이 쓴 돈 전액 돌려줘
나랏빚에 홀로 배부른 꼴
정당이 쓴 돈 전액 돌려줘
나랏빚에 홀로 배부른 꼴

정당은 가욋돈을 만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권자 4400만여명이 올해 1183원(2025년 보조금 계상단가)씩 정당에 줄 세금을 걷는데, 선거가 있어 올해는 배로 걷어 간다. 납세국민은 의무만 있고 선택권은 없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이 선거 전후에 받는 보조금과 보전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 경상보조금(정당보조금)과는 별개다.
대선은 '돈 잔치'요, 돈 없이는 이길 수 없는 리얼리티 '쩐(錢)의 전쟁'이다. 양 정당, 즉 기호 1, 2번 후보는 각각 300억~500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쓴다. 올해는 인건비 등 물가가 올라 2022년 대선 때보다 지출액이 많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번 대선비용 상한액을 588억원으로 75억원 올렸다. 15% 이상만 득표하면 상한선 안에서 선거비용을 전액 돌려받는다. 이것이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양당은 대선이 끝나면 200억원 안팎의 돈(순이익)을 손에 쥔다.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선거를 할수록 정당은 돈을 남긴다. 양대 정당은 서울 여의도 당사 빌딩 차입금을 다 갚고도 남았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과 현금을 합쳐 1000억원대 안팎의 자산을 갖고 있다니 '선거가 돈 버는 장사'가 맞는 모양이다. 나라재정은 만성적자, 가계살림은 팍팍해지는데 선거를 할수록 배를 채우는 정당, 이것이 맞는 것일까. 중국 사상가 한비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라 곳간은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곳간이 가득 차 있으면" 나라가 망할 징조다.
고비용·저효율의 정당에 국고를 지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당의 투명한 정치·선거활동을 보장하고, 민의를 들어 좋은 정책을 만들고 유능한 정치 인재를 키우라는 것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개헌으로 탄생한 정당 보조금은 도입 45년째, 3조원이 넘는 혈세가 정당에 흘러들었다. 그런데 어떤가. 양당은 비대해졌고 기득권이 강화됐다. 관료집단보다 더 관료화됐다. 극단의 양당 정치는 이재명 방탄의 탄핵 폭주, 윤석열 정권의 내란을 옹호하는 사당(私黨)으로 변질됐다. 신생 정당은 뿌리를 내리기 더 어려워졌다. 공천용, 후보 선출용 여론조사에 수십억원을 쓰면서 정당의 본질적 책무인 다양한 정책연구는 부실하다. 미래를 내다본 정책다운 정책도 내지 못한다. 정당이 '세금충(세금을 축내는 벌레라는 뜻의 속어)'으로 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지난해 4·10 총선 직전 쓴 칼럼(혈세 850억 받아 간 '배부른 거대 양당')에서 수백억원 국고지원금을 받아 배를 불린 양대 정당과 엉터리 같은 정당보조금 제도를 비판했다. 지난 1년 정치개혁은커녕 암흑이었다. 국민의힘이 연출한 대선후보 단일화 막장극은 '정당 보조금 정치'의 추한 민낯을 보여줬다.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를 대수술해야 한다. 선거비용 차액도 아닌, 전액을 보조해 주는 선거보전금(1991년 도입)은 폐지하는 게 옳다. 국고 낭비다. 경기나 세수와 무관하게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보조금의 자동 인상은 불합리하다. 정당보조금의 총액 상한을 정해 삭감하고, 지출내역 공시를 의무화하고 감사도 받아야 한다. 관용과 절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다. 대립의 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등 따시고 배부른' 정당은 입바른 소리를 내뱉지만 국민을 위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 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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