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가 정부조직을 개편하고자 할 때 가장 쟁점이 될 부처 중 하나가 중소벤처기업부이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 육성정책을 담당토록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중소기업 R&D 지원예산과 벤처투자 펀드 출자예산을 크게 줄임으로 인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기능은 크게 위축됐다. 고금리하에서 벤처투자가 위축되고, 디지털 전환과 공급망 재편으로 한계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내수경기 부진으로 소상공인의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더욱 확대됐고,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더욱 심각해졌다.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는 침체에 빠진 민생경제를 살리고, 중소벤처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킨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의 준비 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진 정책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은행과 같이 금융지원을 담당하는 기관도 이관되지 못했고, 생산기술연구원 같은 기술지원 기관도 산업부에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산업부의 산업정책과 과기정통부의 정보통신 산업정책 등을 더해서 산업혁신부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활용과 디지털 전환, 첨단기술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과 같은 당면과제를 수행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세 부처 간에 유사중복 사업이 많다는 점도 통합의 논거이다. 하지만 다음 정부도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출범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규모 조직 개편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인다. 세 부처를 통합한다면 지역 중소기업 지원기능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고, 소상공인 정책 기능은 외청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가, 주권자들의 요구는 무엇인가에 따라서 정부조직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1960년대 구조적 상황 이론(Structural Contingency Theory)을 개척한 로런스와 로쉬, 번즈와 스텔커, 조앤 우드워드 등은 조직의 유효성이 조직이 처한 내·외부적 상황과 조직구조의 적합성(fit)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이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에서 이들의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의 외청으로 출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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