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전문가칼럼

[박명성의 연극정담] 돈키호테의 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3 20:19

수정 2025.05.13 21:53

무대는 내꿈이자 나 자신
마법의 멍석 깔아주는 일
공연계의 ‘돈키호테’ 자처
관객 행복에 고생도 보람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미쳤다"거나 "대단하다"이다. 흥행에 실패하면 "미쳤다"인 거고, 성공하면 "대단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공연계의 돈키호테라고 부른다.

보통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을 돈키호테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꿈꾸는 인간에 대한 찬사를 할 때 그 사람을 돈키호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무모할지언정 꿈을 향해 행동하는 돈키호테가 되기를 자처한다. 미쳤거나 대단한 사람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찔해질 때마다 나는 늘 무대를 떠올린다.

내게 무대는 그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나의 어릴 적부터의 꿈이자 나 자신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기대에 찬 눈빛과 배우, 스태프의 땀과 열정이 마주치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는 그 순간, 나의 꿈은 완성이 되고 극장이라는 공간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꿈도 함께 이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공연 프로듀서가 된 나 자신을 다독거린다. 잘했어 박명성, 정말 잘했어! 공연 프로듀서는 최초의 꿈을 꾸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선정하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조율하며 끝까지 공연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이다. 그들이 가진 재능과 열정이 무대에서 가장 빛날 수 있도록 판을 벌이고 그 이야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고단하기만 할 것 같은 머슴 같은 그 역할이 나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것이 나의 꿈이었기에!

가만 돌이켜 보면 내가 만든 작품들은 참 다양하다. 내 부모님 같은 분들께 위로와 웃음을 드리고 싶어 시작한 작품도 있고, 젊은 연인들에게 사랑의 설렘을 일깨워주고 싶어 만든 무대도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건 즐겁고 웃음 가득한 이야기이건 다양한 빛깔의 꿈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그것을 본 관객들이 살아 있음을 느낄 때 나는 비로소 내 할 일을 제대로 했구나, 안도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맘마미아!)은 내게 특별한 무대이다. 대구 공연 때의 일이다. 공연 내내 소년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시던 백발의 노부부가 "행복했네, 정말 행복했어.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웃었네"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또 한번 무모한 꿈을 꾸게 되었다. "이 행복을 전국에 계신 분들께 나눠 드리자." 정말 미쳤다 소리 딱 듣기 좋은 생각이다. 오리지널 무대 세트로는 전국순회가 불가능하다. 비용도 문제지만 기술적인 문제들이 내 꿈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나는 전 세계 맘마미아 공연들을 찾아보며 결국 방법을 찾아냈고 전용 투어세트를 별도로 제작해 전국의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몸과 마음이 부서지고 닳아 가도록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나의 답은 늘 한결같다.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울고 웃으며 위로받는 그 마법 같은 순간! 그 순간을 만드는 일이 내 삶의 가장 큰 이유이자 보람이다.

연극은 내게 즐거움이자 고통이며 좌절이자 구원이다. 가장 암울했던 시절의 눈이 부시게 찬란한 기억!

나는 그 찬란한 기억을 안고 "최초의 꿈을 꾸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 다른 꿈을 프로듀싱하기 위해 무대 뒤로 들어간다. 풍차를 향해 무모하게 달려가는 돈키호테처럼!

어두운 무대 뒤로 걸어 들어가며 나는 돈키호테의 말을 되뇌어 본다.

"(진정한 용기를 이길 마법이 있겠는가?) 마법사들이 내게서 행운을 앗아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노력과 용기를 빼앗지는 못할 것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