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제주에서 한미 관세 협상의 중간 점검 성격의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이후 약 3주 만의 후속 대면 협상이다. 이번 한미 장관급 회동에선 양국의 기술협의에 이어 세부의제 윤곽이 드러날 지 관심이다.
14일 산업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그리어 대표와 16일 면담을 갖는다.
그리어 대표 역시 전날 CNBC 인터뷰에서 "한국을 방문해 통상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면담을 공식화했다.
당초 실무협의는 작업반을 구성해 진행하고 장관급 협의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인다는 구상으로 알려졌지만 많은 국가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미국 측의 입장을 고려해 작업반 구성 대신 분야별 순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안 장관과 그리어 대표의 이번 만남은 실무협의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의제 등을 공유한 만큼 어떤 의제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지 등 협상 방식과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우리나라 측에선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 또는 폐지와 자동차,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 인하를 최우선적으로 요청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조선업 협력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측에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허용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요구과 함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등을 핵심 의제로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에너지 의제인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참여는 우리나라 차기 정부가 6월에 공식 출범한다는 것을 고려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은 높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번 장관급 회동에서는 향후 협의를 진행할 의제만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새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과 상호관세 유예 또는 폐지와 품목별 관세 폐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한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신속한 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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