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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악의 고용시장, 구조개혁과 연계로 해결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4 18:18

수정 2025.05.14 18:18

제조업 취업자 6년만에 최대 감소
선심재정 양질 일자리 못 만들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시장이 실물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12만4000명으로 전달보다 11만2000명이 감소했다. 10개월 연속 줄고 있고, 그 폭도 6년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악의 불황에 빠진 건설업은 취업자 수가 15만명이나 줄었다. 농림·어업 취업자도 13만여명이 줄어 2015년 1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도소매와 음식업, 건설업 등의 내수업종에서 제조업까지 고용 불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고용은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다. 경제성장률이 고꾸라진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침체의 바닥은 더 깊을 것이다. 최근 경제계 조사에서 500대 기업 둘 중 하나는 상반기 채용계획조차 잡지 못했다고 한다. 내수침체에 미국 관세압박, 중국 물량 공세로 생산·수출이 위축되니 일자리부터 줄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과 맞물려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악화되는 현상이 구조적이며 장기화하고 있는 점이다.

제조업은 국내 고용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전통 제조업에서 중장년 고용 비중이 높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종은 고학력 청년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국내 전체 취업자 중 현재 제조업 비중은 15% 정도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외국에 공장을 지어 떠나고, 국내 신증설 투자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사정이 당장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성장률 0%대가 현실이 되면 일자리는 더 쪼그라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석달 전 전망치의 절반으로 낮춰 잡았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지난해(16만명)보다 크게 줄어든 9만명으로 내다봤다. 최대 피해자는 청년층이다. 4월 기준 60대 이상 취업자는 34만명 늘어난 데 비해 20대 취업자는 17만9000명 줄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로 12개월째 하락 중이다. 올 1·4분기 기준에선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는 242만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명 가까이 줄었다. 1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이렇게 한창 일할 청년 50여만명이 '그냥 쉬고' 있으니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고용악화는 경제의 복병이다. 대선 후보들도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고용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대책이 있을까. 정부 재정을 쏟아붓는 공공 성격의 단기속성 일자리는 임시방편이다. 고용통계를 왜곡해 정확한 판단과 정책 입안을 어렵게 만든다. 다급할수록 기본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유연한 정책·입법 지원, 과감한 규제 해소, 선제적 구조개혁. 이 세 가지만 제대로 돌아가면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도록 규제와 입법의 불확실성을 덜어주고 일자리 창출 연쇄 효과가 큰 인공지능(AI), 관광·문화, 의료 등 신규 서비스 업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축적해 놓은 인프라에 더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일자리는 정년연장과 계속고용 등의 노동규제 개혁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은 고용시장 유연성을 높여 투자를 유인하고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선심성 돈풀기가 아닌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인프라 확충에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