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60대 이상 자영업자 3명 중 1명, 年천만원도 못 번다”...고령층 자영업 '시한폭탄’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5 13:30

수정 2025.05.15 13:30

7년 뒤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 ‘248만명’ 시대 진입장벽 낮은 취약업종 진입으로 생산성 낮아 타 연령대에 비해 수익성 낮고 부채비율은 높아 한은 “기존 상용직에서 근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해야”
점심시간인데도 텅 비어있는 경기 수원의 한 식당. 뉴시
점심시간인데도 텅 비어있는 경기 수원의 한 식당. 뉴시
[파이낸셜뉴스] 은퇴 이후 자영업을 선택한 60대 이상 고령층의 35%가 연간 1000만원 이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연령대에 비해 부족한 창업 준비로 60대 이상 자영업자 3명 중 2명이 진입장벽이 낮은 취약업종에 진입한 결과다. 특히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고령 자영업자가 7년 뒤 2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고령층이 기존 직장에서 계속 근로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15년 142만명에서 2032년에 약 106만명 늘어나 전체 취업자수의 약 9% 수준인 248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고령 자영업자들 대다수가 현직을 유지하는 경향이 큰 데다, 앞으로 10년간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순차적으로 법정은퇴연령(60세)에 진입하면서 고령 자영업자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문제는 고령 자영업자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취약업종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고령 자영업자(농림어업 제외)는 47만명 증가했는데, 이 중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운수창고·숙박음식·도소매업에서만 29만명이 늘면서 60세 이상의 자영업자 중 65.7%가 취약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수익성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에 따르면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생산성을 나타내는 1인당 매출액도 3000만원에 불과해 20대(3700만원), 30대(4400만원), 40대(4600만원), 50대(4000만원)를 크게 하회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창업 준비 시간이 부족한 결과다. 한은이 소상공인실태조사를 이용해 연령별 특징을 분석한 결과 60대의 경우 창업준비 기간은 평균 9개월로 40대(10.2개월)와 50대(10개월)에 비해 한 달 넘게 부족했다.

이에 창업 후 누적 부채비율은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신규 개인사업자의 창업 시 외부조달금액(금융기관, 정책자금 등)은 1900만원으로 30대(199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창업 후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은 140%로 30대(97%)보다 크게 높았다.

더 큰 문제는 60대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폐업 후에 상용직보다 임시일용직으로 전환되는 등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60대 신규 자영업자(진입 3년 이내)의 31.2%는 일을 시작한 지 5년 이내에 자영업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대(33.6%), 30대(32.9%), 40대(30.8%), 50대(34.7%)의 신규 자영업자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자영업에서 이탈한 20~50대 중에서 50% 이상은 상용직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 60대 자영업 이탈자들의 상당수는 임시일용직 일자리를 얻는 데 그치거나 노동시장을 아예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고령 재취업자들이 자영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임금근로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고령 재취업 자영업자의 46%를 차지하는 ‘생계형 고령 자영업자들’은 주로 취약업종에 종사하며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노후대비를 보완하기 위해 ‘계속근로 가능성’을 가장 중시하면서 높은 근로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이에 한은은 은퇴 후 자영업으로 몰리는 현상으로 인해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협력해 고령층이 안정적인 임금 일자리에서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상용직 근로자의 경우 적절한 소득조정을 동반한 계속근로가 가능하다면 소득이 이전보다 낮아지더라도 임금 일자리를 더 선호하는 만큼,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중심으로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은의 시뮬레이션 결과, 상용직 잔류 시 소득은 60~64세에 정년 전 소득의 60%, 65~69세에 40% 정도라면 자영업 소득과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전환비용 및 초기 창업비용이 크고 소득 변동성도 높아지는 자영업 진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계속근로가 보장될 경우 고령 은퇴자들이 이전보다 소득이 낮아지더라도 상용직을 선택할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고령 자영업자가 다수 종사하는 쿠팡, 이마트 등 서비스 기업의 대형화로 임금근로를 창출하거나,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과 고령 은퇴자를 매칭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며 “학력수준이 높고 정보기술(IT) 활용 능력도 좋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디지털 전환 관련 재교육 직업 훈련을 제공해 기술 격차를 줄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