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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안착 갈길 멀어"...'코리아 밸류업'의 생존 조건 [코리아 밸류업 1년 (下)]

최두선 기자,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5 14:24

수정 2025.05.15 14:46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시장 혁신에 나간다고 밝힌 금융위원회 입구 모습.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시장 혁신에 나간다고 밝힌 금융위원회 입구 모습.

[파이낸셜뉴스] “이번엔 정말 제대로 가야 합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정책 추진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수년간 한국 자본시장의 최대 과제였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단발성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증권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실효성 미지수...실질적 유인책 미흡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출범한 ‘코리아밸류업지수’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자처했지만, 실질적인 주가 반응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밸류업의 실행력이 공기업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권고 수준에 머무르며 시장 체감도도 낮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K-디스카운트 해소는 일시적 자사주 매입이나 단기 배당 확대가 아니라 이익의 질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를 축적하는 시스템 차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제도적으로 시행되는 밸류업 정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일본 JPX 프라임시장처럼 명확한 상장 요건과 기업가치 기준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코리아밸류업 공시는 제도적으로 시행 중이다. 14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 1회 공시가 권장되고 있다. 특히 8~9개 기업이 후속 공시를 이어가는 등 초기 제도 정착 단계는 진행 중이다.

유안타증권 이승웅 연구원은 “그럼에도 전체 상장사 대비 참여 비중은 여전히 낮고 대형주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며 “중소형사 참여 유도와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향후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는 27일로 예정된 ‘우수기업 선정’, 6월 예정된 ‘지수 리밸런싱’ 등은 밸류업 성과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현재 제공되는 8가지 인센티브(거래 수수료 감면 등)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체감도가 낮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밸류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시장 중심으로 지속 가능성 확보해야
밸류업이 실질적인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선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뒷받침돼야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도 “다만 ‘기업가치 제고’라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법 개정,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상속·증여세 개편 등은 정권을 초월한 공동 과제”라고 말했다.

결국 밸류업 공시는 기업과 투자자 간 소통을 확대하고 장기 비전과 재무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적기관이나 대형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ESG 공시, 내부거래 개선 등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은 실적보다 중요한 신뢰 요인”이라며 “정책 중심이 아닌 시장 자율 경쟁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지속 가능한 제도 안착’은 밸류업 지수와 공시 등의 실효성을 높이는 위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공기업에 자사주 매입을 지시하거나 특정 종목을 지정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 우려가 있다”며 “이제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구조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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