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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학교 줄세우기 우려… 진단방식 달라 실효도 의문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5 18:42

수정 2025.05.15 18:42

교육계, 학교 줄세우기 우려… 진단방식 달라 실효도 의문
법원이 교육자치 대신 지방자치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학교 서열화가 현실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판결은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줬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5일 대법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 유효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초·중·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게 됐다.

교육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학교 서열화 심화, 학생 낙인 효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례안의 '학교별' 결과 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마다 기초학력 진단 방식과 평가 도구가 다른 상황에서 학교별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며 오히려 학교간 불필요한 경쟁과 서열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의회가 조례안을 만들 당시 서울시 자체적으로 기초학력 진단 문항 개발을 주문한 것에 대해 "현재 교육청은 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역량 등 기초 소양 진단 검사를 자체 개발해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3년째 시행하고 있다"며 "이는 국어, 수학 중심의 기초 학력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데이터와 시험지로 비교 가능한 기초 학력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학교별 공개는 무의미한 비교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평가와 공개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학교별 결과 공개가 학생들에게 낙인 효과를 주고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익명화 방식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학부모들이 제한적인 정보만으로도 학교 정보를 유추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결국 암묵적인 학교 서열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서울시의회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조례안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기초학력 보장은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자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이제라도 학생들이 기초학력 없이 학교 문을 나서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조례안의 '학교별' 결과 공개 조항이 학교 간 경쟁과 서열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학생 개개인이 특정될 수 없도록 개인 정보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도 "학교 명칭을 기호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이 조례안은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의 공개를 통해 서울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그 관심과 참여도를 끌어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초학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교육기관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기초학력 미달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학교와 교사를 포상해 긍정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