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비상계엄 선포로 치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고민한 헌법학자 송석윤(宋石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5일 낮 12시45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6일 전했다. 향년 64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양정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헌법을 전공했고, 7년 유학 끝에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헌법사 학자인 디터 그림 교수의 지도로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을 연구했다. 귀국 후 성신여대·이화여대를 거쳐 2003년부터 서울대 법대 강단에 섰다.
다른 서울대 법대생과 달리 사법고시를 보지 않은 채 학문적으로 헌법을 연구했다.
평생 화두는 '정당 민주주의 실현'이었다. 2021년 인터뷰에선 "해방 후 형성된 권위주의적인 잔재가 국가기관의 영역에 많이 남아있다. 이것과 정당 민주주의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주된 연구 관심"이라고 했다.
2021년 한국헌법학회의 '국민통합과 헌법개정' 학술대회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연립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른 정당들과 협력하여 원내 과반수의 지지에 기초한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또 공무원이 원하면 정당과 의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제자인 조동은 서울대 교수는 "(고인은) 개헌보다는 여러 법률과 제도를 바꿔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함을 보완하길 원했다"며 "정당과 관료 중 정당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지만, 그 정당이 좋은 결정을 하게 하려면 좋은 사람을 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이들이 정당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헌법학회장을 맡아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2021년 인터뷰에선 "과거 정치적 갈등으로 청년들이 희생되는 일이 많았는데 탄핵 절차가 평화롭게 진행된 덕분에 국민이 법치주의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또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은 언론인이 되고, 대답을 잘하는 사람은 법관이 되는데 학자는 질문도 하고 대답도 찾는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스스로 던진 질문은 '민주 헌법이란 무엇인가'였다. 제자 조 교수는 "민주 헌법이 뭔지 평생을 고민한 분"이라며 "(자신이 던진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학자였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18일 오전 8시30분, 장지 경기도 유일추모공원. ☎ 02-207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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