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2030에게 드리운 그림자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8 19:05

수정 2025.05.18 19:05

김현지 증권부
김현지 증권부

2030세대가 게을러지고 있다. 구직활동을 멈춘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고, 불나방처럼 코인과 주식 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해시드오픈리서치에 따르면 30대 청년 중 약 54%는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

이에 다른 세대에게 이들은 종종 '나태한 존재'로 비친다. 하지만 일상에서, 취재현장에서 만난 2030은 오히려 노력의 끝에서 폭삭 무너진 모습이었다.



이전 세대는 청춘은 곧 '낭만'이랬다. 대학 수업이 끝나면 술잔을 기울이고, 길가에서 기타를 치며 청춘을 노래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은 다르다. 분명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취업이라는 더 큰 벽이 있었다. '너무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품는 것도 잠시다. 시킨 대로 노력하는 것에 길든 이들은 취업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내달린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은 사치다. '대학의 낭만'이라는 것이 당최 무엇인지도 보지 못한 채, 청춘은 급하게 지나간다.

그 끝에서 이들이 찾아낸 건 '허무함'이다. 사회초년생 평균 연봉은 3000만원대. 꼬박 30년을 저축해도 집 한 채를 살 수 없다. 노력의 힘만을 믿고 달려왔는데, 우리 사회에서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부모님께는 자랑스러운 딸, 아들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제껏 '노력만 하면 다 된다'는 말을 믿어왔다. 하지만 그 믿음이 거짓이었다는 회의감에 이들은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이들을 배반한 노력 대신 단숨에 판을 바꿀 수 있는 것에 기대게 된다. 그것이 '쉬었음 청년'이고, 코인에 '몰빵'한 2030이다.

그렇게 지친 마음은 결국 무너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사망건수 중 절반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였다. 20대 우울증 유병률은 전체 세대의 2배가량인 8.8%에 달한다. 청년 10명 중 한 명꼴로 우울증을 겪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최근 1년 사이 청년 3명 중 1명은 번아웃을 경험했고, 약 51만명의 고립·은둔청년은 '취업의 어려움'을 은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생존은 모든 생물의 최우선 목표다. '게으르고 나약해서' 삶을 포기하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 뒤에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절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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