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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계는 원전 바람, 탈원전 복귀는 절대 없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8 19:05

수정 2025.05.18 19:05

대만은 수명연장, 유럽은 신규 건설
반도체·AI 키우려면 원전 없인 안돼
대만 의회는 지난 15일 원자력발전 운영기한을 최장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대만 TSMC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대만 의회는 지난 15일 원자력발전 운영기한을 최장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대만 TSMC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했던 국가들이 원전을 새로 건설하고 가동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최근 대만 의회는 원전 운영기한을 최장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벨기에는 원전을 새로 짓고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내용의 원전산업 부활 계획을 처리,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40년 전 탈원전을 선언한 덴마크도 조만간 원전 금지법을 폐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전기료가 폭등하고, 스페인 대정전 사태를 접하면서 국가 안보·경제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폐원전을 재가동하고 새 원전을 건설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도체 강국 대만도 마찬가지다. 대만 야당은 "경제·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집권당의 반대에도 원전가동 연장 법안을 처리했다. 차이잉원 전 총통의 2016년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6기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한 시점이 바로 올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등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대만은 정전사태를 자주 겪었다. 대규모 공장 증설과 인공지능(AI)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이 더 많이 필요한데, 원전 빼고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유럽과 대만의 탈원전 포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최근에 바꾼 우리의 사정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도 앞으로 AI산업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에 많은 전기가 필요한데 원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적 생산으로 공급이 불안정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탈원전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10월에야 착공한 신한울 3·4호기는 준공이 10년이나 미뤄졌다. 원전 설계수명 40년이 끝나기 전에 해야 하는 연장 신청도 문 정부 때 제대로 하지 않아 멀쩡한 원전 여러 기가 멈출 판이다. 계속운전 심사 중인 원전 2기의 승인도 하세월이다. 설계수명을 20년 연장하려 했던 정책도 윤 정부 붕괴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가동 원전 26기 중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끝나는 원전은 10기에 이른다. 수명이 연장되지 않으면 100조원 이상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탈원전을 공약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친원전도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친원전과 탈원전의 경계에서 정책적 모호성을 보일 수 있다. 원전정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탈원전 교과서였던 유럽의 실패가 반면교사다.
멀쩡한 원전을 멈춰 세워 수십조원을 허공에 날리지 않도록 우리도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신규 원전을 계획대로 건설해 원전의 비중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
프랑스의 몽니에 발목이 잡혀 있긴 하지만 체코 원전 수출과 같이 세계 원전시장에서 큰 기회도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