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산은 "'자본잠식' KDB생명 자본 확충"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19 18:29

수정 2025.05.19 18:29

산은 자회사로 유상증자 가능
지급여력비율도 권고치 웃돌아
보험금 지급엔 문제없을 듯
한국산업은행이 사실상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KDB생명의 자본 확충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KDB생명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라는 점에서 자본 확충 문제가 크지 않아 부실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보험 계약자와 시장의 불안 해소를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대한 자본 확충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DB생명이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여서 유상증자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한 컨설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는 KDB생명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와 경영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총자산은 2022년 18조8519억원에서 지난해 17조7642억원으로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16조4416억원에서 17조7029억원으로 7.6% 증가했다.

자본총계(자기자본)는 2022년 2조4103억원에서 2023년 3856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613억원까지 줄었다. KDB생명의 자본금(4983억원)을 고려하면 자본잠식률이 87.7%에 이른다.

KDB생명의 현재 자기자본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2410억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실질 자기자본은 -1797억원이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보는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기타포괄손익에서 마이너스가 크게 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지난해 기타포괄손익 누적액(-1조1608억원)은 전년(-5120억원)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KDB생명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6000억원가량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설 계획이었던 산업은행으로서는 자금 부담이 예상된다. 산은이 지금까지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4년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건전성이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결국 산업은행은 올해 3월 KDB생명 주식 76.19%를 확보, 자회사로 편입했다.


다만 KDB생명의 보험금 지급 등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지난해 말 기준 158.2%(경과조치 적용 후)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웃돈다.


KDB생명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을 시가로 평가하고, 시장금리 하락 및 감독당국의 보험부채평가 할인율 추가 인하 조치 등에 따라 평가손실이 자본에 반영되면서 자본잠식으로 집계됐다"며 "올해 1·4분기 기준으로도 킥스는 권고치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