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거철 되니 명함 가게에도… 업종 안가리는 노쇼 사기범

정경수 기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0 18:17

수정 2025.05.20 18:17

공무원·연예인 사칭 수법 흔해지자
국회의원 가짜 보좌진까지 등장해
상대편 이미지 실추 노리고 접근도
#. 충남 천안에서 소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진영씨(가명)는 지난 13일 한 남성이 다음날 의원과 장관을 포함한 20명이 방문한다는 예약을 받았다. 박씨는 예약 시간 한 시간 전 남성으로부터 의원의 보좌진이라며 명함 등을 보내준 뒤 "의원님께서 좋아하시는 와인을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씨가 수급 등의 문제로 거절하자, 남성은 주류업체의 명함을 보내며 준비를 요청했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견적서를 제시하며 5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박씨는 이상함을 느끼고 거절하자, 보좌진 남성과 주류업체 관계자는 그대로 잠적했다.

박씨가 준비한 20인분의 음식들은 결국 폐기될 수 밖에 없었고, 피크시간대에 예약이 취소되면서 손님도 받지 못했다.

연예인과 군부대, 공무원 등에 이어 최근 대통령선거 국면을 맞아 정치인과 보좌진을 사칭하는 변질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찰청은 20일 노쇼 피해 사건을 대응하고자 피싱사기 전문수사부서인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3개월간 군부대 사칭 노쇼 사기 사건만 전국에서 587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노쇼 사건을 피싱범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노쇼 사기 형태는 최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사칭으로 변질됐다. 정치인 사칭 범죄는 특정 지역과 정당, 업종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충청권과 인천, 제주 등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을 사칭해 1040만원을 가로채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고, 경남 창원과 마산에서는 김문수 대통령후보의 홍보실장인 이원우라며 숙박과 식사를 예약하고 노쇼하는 등의 사례가 확인됐다. 대전의 한 명함 제작업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캠프 관계자를 사칭한 피의자로부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보복이나 단순한 재미를 위한 범행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금전 갈취를 목적으로 하는 유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변호사는 "과거에는 장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물품을 주문하고 잠적하거나 예약시간 직전 취소하는 등 고액의 금전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수법도 간단하다 보니 재범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치인 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공무원 등을 사칭한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며 경고했다.

방송국 제작진 혹은 연예인 매니저를 사칭한 이들이 회식을 가장해 고급 와인 주문을 요청해 금전을 뜯어내거나, 교도소와 시청 공무원을 사칭해 굴착기 업자와 컴퓨터 대리점주들에게 방화복과 심장 충격기 구매를 요구해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쇼 사기 근절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이 범행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추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에서 노쇼 사기를 형사처벌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말고,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소송비용 지원 등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