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는 자생식물종의 60%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산림 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의 핵심 수단인 보호지역은 구상나무,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란, 병꽃나무 등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특산·희귀식물 등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보호지역 내 행위 제한으로 인해 사유림 산주들이 보호지역 지정을 기피하다 보니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국유림에 편중됐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제 없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제15차 생물다양성 협약에서 채택한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수단(OECM)'이 바로 그것인데, 제도화된다면 서식지 보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종의 현지 내 보전이 어려운 경우에는 수목원 및 식물원을 통한 현지 외 보전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개원한 광릉숲의 국립수목원을 중심으로 전국 70여개의 국공립 및 사립 식물원과 수목원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생물자원을 수집·증식하고 전시·교육·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산림청은 증가하는 국민 수요에 부응하고 기후대별 식생대를 보전하기 위해 새만금수목원과 난대수목원을 추가 조성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Seed Vault)'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의 재난에 대비해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시드볼트에는 국내는 물론 190여개 국가에서 수집된 약 6000종, 29만여점의 종자가 저장돼 있다. 시드볼트 내 종자는 생물종 멸종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탄탄한 보험이 되려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종다양성과 유전다양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종자 200만점을 수용할 수 있는 시드볼트에 다양한 종자가 확보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국제기관과의 교류·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산림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산림사업 전환도 요구된다. 숲가꾸기를 실시한 숲에서 하층식생 발달과 소형 포유류의 개체수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산림사업 때 생물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5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주환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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