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기업 "'승리''자유' 상징하는 한정판 티셔츠" 소개
미씨유에스에이에 올라온 '도움' 요청에 항의 메일 보내
전범기 설명…美기업 "그저 이미지 차용, 링크서 삭제"
미씨유에스에이에 올라온 '도움' 요청에 항의 메일 보내
전범기 설명…美기업 "그저 이미지 차용, 링크서 삭제"
[파이낸셜뉴스] "오늘 티셔츠 파는 링크가 아예 없어졌어요."
22일(현지시간)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 미씨유에스에이(MissyUSA)에 '우리가 해냈어요'라는 제목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 A씨가 '해냈다'며 얘기한 건 미국의 한 테크 업체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판매한다"며 자사 쇼핑몰에 올린 "'전범기' 티셔츠가 내려갔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전범기 티셔츠 판매를 막게 된 과정은 지난 20일 A씨가 같은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로 시작된다. 이틀 전 A씨는 "전범기 디자인 티셔츠 좀 내려가게 힘을 모아 보자"라는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윈드스크라이브(Windscribe)'라는 큰 가상사설망(VPN) 회사가 그리스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승리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티셔츠를 만들었다는 이메일이 왔다"며 "(메일에 있는 티셔츠) 디자인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적었다.
A씨가 받았다는 이메일 내용은 윈드스크라이브 X(옛 트위터) 계정에도 게시됐다.
X에는 "수년 동안 우리는 그리스 법률 시스템의 족쇄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했다"며 "법정에서 이긴 걸 기념해 굿즈를 만들었다. 우리 매장에서 한정판 티셔츠를 구매해 우리의 변호사 비용 부담을 덜어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놀란 건 하얀 티셔츠에 그려진 전범기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설명하는 판매 사이트였다.
윈드스크라이브는 티셔츠 디자인에 대해 "강력한 손으로 사슬을 부수는 모습이 특징. 이 한정판 셔츠는 당신에게 승리와 자유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티셔츠 설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전범기는 '자유'라는 뜻과 완전히 반대인 폭력과 잔인성을 뜻한다. 전범기에 대한 역사가 완전히 잘못 알려졌거나, 제대로 된 정보가 아예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이유도 설명했다.
A씨는 "큰 테크 회사에서 전범기 모티브로 티셔츠를 만들어 말도 안 되는 설명을 썼다"며 "열 받아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꿈쩍도 하지 않고 답장도 없이 무시했다. 미씨에 화력을 모으자고 글을 올렸다"고 했다.
도움을 요청하기 전 개인적으로 진행한 작업도 소개했다.
A씨는 "전범기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 비영리 단체의 링크와 함께 나치 스와스티카만큼 잔인성을 상징한다는 설명을 담아 정중하게 티셔츠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며 "그러나 답도 없고 여전히 버젓이 팔리고 있다"고 썼다.
스와스티카는 한자인 만(卍)자를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꺾은 십자 모양의 무늬로 나치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하켄크로이츠'를 상징으로 사용했다.
A씨가 추가한 링크는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의 폭력과 비인간성을 교육하자는 취지로 세워진 비영리 기관 '태평양 잔악행위 고발교육(Pacific Atrocities Education)’의 홈페이지다.
항의 메일을 보낼 주소와 함께 A씨는 "너무나 속이 상해 여기에 올려 본다. '전범기' 티셔츠가 자유를 상징한다는 말도 안되는 일을 같이 막아보자"며 "제발 화력을 모아 바른 역사를 알리는데,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범기' 티셔츠가 사라졌다
이틀 뒤 A씨는 '해냈다'는 제목으로 성과를 알렸다.
그는 "여기에 글 올린 후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 체크해 봤다"며 "(오늘) 티셔츠 파는 링크가 아예 없어지고 티셔츠도 웹사이트에서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모이면 힘이 커진다는 걸 느낀다. 제가 올린 글에 답 달아주시고 윈드스크라이브에 메일 보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며 "우리가 같이 해냈다. 진실은 이긴다"고 마무리했다.
놀라운 성과에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항의 메일을 보낸 뒤 윈드스크라이브로 부터 받은 답장을 공유한 사람도 있었다.
윈드스크라이브 측 답장에는 "시간을 내서 사려 깊은 메일을 작성해 보내 주신 데 감사하다. 당신은 '떠오르는 태양'의 상징이 역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타당한 이유를 들어 지적했다"며 "우리가 모티브로 삼은 건 순전히 미학적인 것이었을 뿐, 정치적 또는 군사적 이데올로기를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의도가 영향을 없애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해당 상품은 우리 온라인 매장에서 삭제됐다"는 조치 사항도 알렸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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