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전문가칼럼

[주광혁의 우주시대] 우주개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5 18:40

수정 2025.05.25 19:12

우주기술 민간기업 이전
'이슈사업특별위' 구성해
사업목표·체계 수정해야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1926년 미국 클라크대학의 교수였던 로버트 고다드는 세계 최초로 현대적 개념의 액체로켓 발사에 성공한 이래 214건의 특허를 취득하는 등 현대 로켓기술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평생을 매진하였다. 군을 비롯해 여러 민간 재단의 지원을 받고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로켓의 가치를 간과한 정부와 군의 무관심으로 생전에 산업화의 문턱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 로켓의 가치를 헤아린 독일 나치정권의 전폭적 지원하에 고다드의 이론을 참조하여 V2로켓을 개발한 폰브라운 일행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으로 건너온 것을 계기로 미국의 우주개발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195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설립으로 민간 우주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아폴로 계획을 필두로 한 우주비행체를 민간기업이 용역의 형태로 제작·지원하면서 미국의 우주산업이 급속 성장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 우주 업스트림(제조) 분야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도 정부용역의 '줍줍' 형태에서 벗어나 민간 우주기업 스스로가 선투자를 통해 개발한 우주 프로덕트로 새로운 우주시장 개척이 활성화된 지는 70여년의 우주역사 중에서 불과 1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형편은 어떠한가. 100%에 가까운 정부사업 의존형 우주개발과 세계 우주시장의 1%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재 세계 7위를 이야기하고 세계 5대 우주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현주소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신기술 보유, 우수한 인재 확보, 과감한 투자를 통한 시의적절한 우주 프로덕트 구현 등은 우주기업의 지속가능한 존립은 물론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요소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록 신기술은 아니라 할지라도 위성과 로켓으로 대표되는 우주기술과 상당수의 우수인력은 지난 30년간 우주개발을 주도해 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한국의 우주기업은 정부 우주예산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를 우선적으로 희망한다. 당연히 미국도 수십년 동안 그래왔듯이 우리나라도 우주산업의 지속적인 운영과 생존을 위해 우주개발을 선도하는 우주항공청 및 항우연, 우주기업이 국가적 수요를 기반으로 우주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현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인력과 투자 모두 정부와 항우연에 집중되어 있는 구도로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물론 세계 5대 우주강국 진입은 언감생심이다. 항우연을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우주기술을 과감하게 민간기업에 이전하고, 우수한 전문인력도 산업체로 많이 이동하도록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기를 제안한다. 더불어 공공기관에 비해 생존 체감도가 높은 민간기업이 국가 우주개발 수요의 개발책임을 상당부분 직접 담당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여 항우연 주관으로 이미 착수한 차세대발사체사업, KPS사업, 달착륙선사업 등 사업비 총액만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미래 우주사업들이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도전적 목표를 수립하지 않았거나 우주경제와 뉴스페이스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우주항공청이 이와 같은 지적을 수용, 차세대발사체사업의 예타승인내역 변경을 요구했으나 변경불가로 판정된 사례가 있었다. 2009년 NASA 주력 유인탐사프로그램의 지속 여부와 사업방향을 재조정할 때 운영하였던 민간특별위원회(오거스틴위원회)와 같이 '이슈사업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해 차세대 우주사업들을 재점검하고 필요시 사업 목표와 추진체계를 수정 제시하고 예타제도 개선을 통해 미래 우주사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국가생존을 위해서라면 제도나 인식의 전환이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주개발 패러다임 전환의 근간이 되길 희망한다.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