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어쩌면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되새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촉발된 대외 불확실성에 휘청이고 있어서다.
한때 예측 불가능한 변수였던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무역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굳어지고 있다. 더 이상 언제 그칠지 모르는 '보호무역의 비'가 아니다.
핵심은 하나다. 외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이제 막 시작된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 인상 방침은 단발성 조치가 아니다. 현재 '자국 중심 공급망' 전략은 정권과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혹자는 관세 인상 방침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동시에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는 카드라는 말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이 예외가 아닌 상수가 된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자체 경쟁력의 비약적인 강화다.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넘어 전동화·전장화·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수 생존요건이 됐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모터,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업체까지 포함된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이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을 사로잡는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음으론 수출시장의 다변화다. 미국은 여전히 최대 시장이지만, 더 이상 '믿고 갈 수 있는 안정적 수출처'는 아니다. 동남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한 진출을 넘어 현지화 생산·조립·AS망 구축 등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론 통상전략 업그레이드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상규범을 주도할 수 있는 외교력이 필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다자 통상 플랫폼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한편 무역확장법 232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관세장벽에 대한 정교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확실성이 된 시대'는 무기력한 비관의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고착된 위험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하라는 능동적 경고다. 기후가 바뀌면 옷을 바꿔 입듯, 구조가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한 지도자의 입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확실한 전략'으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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