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3년간 의붓딸 성폭행한 계부…法 "위자료 3억원 지급"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7 10:06

수정 2025.05.27 10:05

성폭력 피해자 위자료 통상 1억원대...중대성·장기적 피해 고려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연합뉴스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3년간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딸이 법률구조를 통해 3억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로서는 높은 액수가 인정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가해자인 의붓아버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감정 기복이 심한 어머니의 정서적 지지 없이 자라던 중 의붓아버지 B씨로부터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다가오는 '그루밍' 수법으로 심리적으로 종속됐다. B씨는 A씨가 만 12세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3년에 걸쳐 총 2092회의 준강간, 강제추행, 유사성행위 등을 저질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가 범행 사실을 고소했고, B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3년을 확정받았다.

A씨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추가로 제기했다. A씨 측은 "B씨의 반복적이고 잔혹한 범행은 A씨의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불법행위로 A씨와 그의 어머니는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고액 위자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의붓아버지로서 원고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할 책임이 있음에도 12세에 불과했던 원고를 지속적으로 간음, 추행, 성적 학대행위 등 반인륜적인 범행을 해 그 불법성의 정도가 매우 크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은 B씨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17일 확정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위자료 액수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통상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1억원 수준인 관행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도 1억원 이하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신지식 변호사는 "위자료는 법원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성폭력처럼 중대한 불법행위에는 보다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우리 법원도 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 및 예방과 제재의 관점에서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