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 5000만t 감산 시동"...韓 철강업계, 가동률 조정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9 08:00

수정 2025.05.29 08:00

中 공급 축소에 글로벌 가격 안정
하반기 마진 개선·수익성 회복 기대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뉴시스

국내 철강업계 2025년 1·4분기 가동률
(단위: %)
2025년 1Q 2024년 전체
포스코 88.1 86.6
현대제철 80.5 82.8
동국제강(봉형강 부문) 57 75.9
세아제강(특수강 부문) 81.9 83.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철강 감산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수급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의 감산 흐름이 맞물리며 글로벌 공급 부담 완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철강사들은 가동률 조정과 고부가 제품 전략을 병행하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철광석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은 여전하지만, 철강 가격 회복세가 뒷받침된다면 수익성 개선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최대 5000만t 규모의 철강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과 미국·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압박에 따른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범용재 중심의 공급 과잉 해소와 글로벌 철강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철강 수출이 올해 3% 줄고, 오는 2026년까지 감소 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약 9억4600만t으로, 오는 2020년 감산 정책 도입 당시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출 부진과 함께 내수 약세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철강 생산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2%, 3%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공급 축소 흐름 속에 국내 철강사들도 생산량을 조절하며 수익성 회복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주요 3사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79.8%로, 전년 대비 4.6%p 하락했으며 올해 1·4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1·4분기 가동률은 80.5%로 지난해 평균(82.8%)을 밑돌았고, 세아제강의 특수강 가동률도 전년(83.5%) 대비 하락한 81.9%를 기록했다. 반면 포스코는 냉연·도금·전기강판·스테인리스강(STS)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생산 전략을 통해 가동률을 지난해 86.6%에서 올해 1·4분기 88.1%까지 끌어올리며 채산성 방어에 나섰다.

전기로 기반 업체들도 감산 폭을 키우고 있다. 동국제강은 봉형강 가동률을 지난해 75.9%에서 올해 1·4분기 57%까지 낮췄으며, 오는 7~8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시점에 맞춰 인천공장 가동을 한 달간 중단할 예정이다. 이는 철근·형강 수급 균형 유지를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중국의 감산 기조가 지속될 경우, 범용재 가격 압박이 완화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고부가 전략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하반기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면 실적 반등 폭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감산에 나설 경우 철광석 가격이 먼저 하락할 수 있다"며 "제품 가격이 이미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마진 개선을 통한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소형 철강사들은 감산 장기화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설비 활용률 저하가 우려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철광석 가격 상승세까지 겹치며, 체력 차이에 따른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전기로 기반 업체는 가동률 저하가 장기화되면 설비 규모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고, 고로 기반 업체는 수급 조정이 어려워 불황이 길어질 경우 대응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