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제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첨단기술산업 관련 정책공약과 실용주의 메시지를 앞세웠다.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당 대선 경선 첫 일정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퓨리오사AI를 방문했고,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첫 일정 역시 세계적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를 찾았다.
그 때문에 이 후보가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를 언급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엔비디아를 거론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곧장 '반기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가가 기업의 지분을 쥐고 직접 관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면서다. 선거정국을 감안해도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중도보수를 자처하며 실용주의에 입각한 경제성장 우선을 외치고는 왜 이런 발언을 내놨을까. 의문은 5월이 돼서야 풀렸다.
이 후보는 5월 22일 기본소득 성격 정책들을 포함한 기본사회 공약을 발표했다. 기자들의 재원조달책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국민이 참여해 성장의 몫을 함께 누릴 것이고, 그렇게 하면 조세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민의 몫을 증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초창기 정부 지분이 48%였다는 사례도 들었다. 구체적으로 공공펀드를 조성하고 '될성부른' 떡잎기업들의 기술개발이나 인프라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국민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즉 세금과 국민의 공공펀드 투자금을 가지고 '베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베팅'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과가 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금을 투자할 때에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연금공단이 수익률이 낮다는 타박을 받으면서도 위험한 투자는 피하는 것도 국민의 노후가 달린 공금이라는 무게감 때문이다.
물론 세금을 과감하게 투자한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무려 40조원을 해외자원개발에 쏟아부었다. 성공한다면 이 후보가 말했듯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수익이 기대됐던 거대사업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20조원 이상의 손실이었다.
지난해 국가의 살림살이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4조원 적자였다. 이 후보의 구상대로 순탄하게 가려면 더 촘촘한 설계와 기업·국민과의 사회적 합의, 투명한 집행·관리가 선결과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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