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여성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변실금'으로 인해 일상생활은 물론 연애까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매일 30분씩 특수 세척 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그녀는 냄새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마저 기피하고 있다.
10일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영국 컴브리아주 칼라일에 사는 루신다 브레이(37·여)는 “화상회의를 하던 중 갑자기 다리 사이에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며 “말을 하다가 아래쪽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재택근무 중이었지만, 이어진 냄새로 그녀는 자신에게 배변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루신다는 "2~3개월마다 한 번씩 증상이 나타난다"며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지속되는 냄새 때문에 하루 종일 고통받는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통은 연애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루신다는 매일 아침 30분씩 특수한 세척 기구로 장을 비워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 1시간 넘게 욕실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고, 냄새도 심하다.
그는 "성관계 중에도 사고가 날까 봐 두렵다"며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사람이 다시 나를 만나고 싶어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연애는 4년전이었다"고 토로했다.
젊은 사람도 방심해선 안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이 새는 ‘변실금’은 주로 고령층이 걸린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젊은층도 방심해선 안 된다. 출산 과정에서 항문 괄약근과 신경에 손상을 입은 젊은 여성층에게서도 나타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변실금 환자 수는 2012년 6266명에서 2022년 3만여명으로 늘었다. 생각보다 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변실금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는 낮다.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부끄러움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려해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루신다 역시 증상은 2018년부터 시작됐지만,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한 것은 2022년이 되어서였다. 그는 "초기엔 출산 후유증을 의심했지만, 아이를 출산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소장 탈출, 변비, 대변 배출 장애 등이 발견됐지만 근본 원인은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변실금 환자 연 3만명 이상
변실금은 항문으로 대변이 새는 질환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이 나오거나 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들지만 참지 못해 옷에 실수한다. 기침하거나 방귀를 뀔 때 변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증상은 신체적 고통을 넘어 극심한 정신적 위축과 사회적 고립을 유발한다. 국내에서도 해당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부분이 문제를 숨기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4세 이상으로 배변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세 달 이상 지속되면 변실금으로 진단한다. 환자는 대부분 65세 이상으로, 노화로 인해 괄약근이 약해져 배변 활동을 조절하지 못한다.
배변 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출산, 골반저 근육 약화, 신경 손상, 수술 후유증, 만성 변비, 신경계 질환, 전립선 질환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스트레스 등도 장 기능과 배변 조절 능력에 영향을 줘 변실금을 일으킬 수 있다.
올바른 배변 습관 중요
젊은 나이에 변실금을 겪는 것을 막으려면 평소 올바른 배변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지 말고 규칙적인 배변 시간을 가져야 한다. 변의(생리적 배설 욕구)를 억제하면 배변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억지로 참지 말아야 한다.
출산 이후에도 골반저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많은 환자가 배변 실금을 개인의 위생·관리 문제로 인식하거나 창피함으로 숨긴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고, 외출·사회생활 기피, 우울증, 불안장애 등 2차적 문제로 발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상당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배변 실금을 숨기지 말고, 전문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원인 파악과 맞춤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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