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초연…"뮤지컬 제작기 담은 코미디 쇼"
박성훈 "공연기간 짧아 곶감 빼먹는 기분"…조형균 "재연 발판 됐으면"
'더 퍼스트 그레잇 쇼' 조형균·박성훈 "코미디에 갈망 있었죠"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초연…"뮤지컬 제작기 담은 코미디 쇼"
박성훈 "공연기간 짧아 곶감 빼먹는 기분"…조형균 "재연 발판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오랜만에 코미디 작품 대본을 읽으니 너무 재미있었어요."(조형균)
"가정적인 집안의 얘기를 다룬 뮤지컬을 주로 했고 코미디는 한 번도 못 해봤어요. 무척 갈망하고 있던 부분이죠."(박성훈)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두 주연 배우 조형균과 박성훈이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의 출연 계기를 코미디로 꼽았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1960년대 국가의 명령으로 북한에 맞설 웅장한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울시뮤지컬단의 초연작이다. 국내 최초의 창작 뮤지컬로 알려진 '살짜기 옵서예'를 모티브로 했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 박성훈은 존재감 없는 고위 관료로서 공연 제작에 나서는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의 유덕한 실장을 연기한다. 그는 뮤지컬단의 치열한 내부 오디션을 뚫고 기용됐다.
객원 배우로 참여한 조형균은 유명한 연출가와 이름이 같아 뜻하지 않게 공연 연출을 맡게 된 배우 지망생 김영웅 역을 맡는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중극장 규모의 코미디 쇼 뮤지컬을 표방한다.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주로 웃음을 유발한다.
조형균은 "드라마가 펼쳐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여러 가지 상황에 맞닥뜨리며 발생하는 재미난 요소들이 많다"며 "연기하는 입장에서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음악과 대본에 충실하게 전달해드리자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사를 하나씩 되짚어보면 웃기다가도 뭉클할 때가 있다. 희로애락이 많이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만큼 부담감도 작지 않다고 한다. 대본에서 웃겼던 장면이 실제 관객들을 웃게 할지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그 때문에 통상 대본과 곡을 완성하면 임무가 일단락되는 작가와 작곡가가 매일 연습실에 찾아와 대사와 음악을 수정했다.
박성훈은 "작가와 작곡가님이 거의 매일 오시다시피 했다"며 "회의하고 연구하고 노래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 배우들도 준비할 게 많았다. 배우 입장에서 관객의 반응이 정말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뮤지컬 제작기를 다뤄 뮤지컬 장르에 관해 질문하고 고민하도록 하는 메타 뮤지컬의 특성도 띤다. 배우들은 그 덕에 뮤지컬에 종사하는 연기자로서 와 닿는 지점이 많았다고 한다.
박성훈은 처음 서울시뮤지컬단에 들어와 앙상블로 한 작품에서 10개 넘는 배역을 소화하고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2002년 입단해 20년 넘게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성훈은 "존경하는 선배들 뒤에서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배우는 게 시작이었다. 너무 신나고 (뮤지컬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몇 시까지 하자'는 것 없이 매일 부족한 부분을 연습했다. 그때가 많이 생각난다"며 "실제 배우이다 보니 작품 안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고 했다.
조형균도 "배우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무대만 있으면 어떻게든 해볼 만하다'라는 가사가 많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뮤지컬의 매력으로, 음악 등을 통해 작품의 정서를 다른 장르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냥 말로 하는 대사보다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노래에 정서가 반영되고 안무도 드라마와 연계되다 보니 더 크고 깊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박성훈)
"음악이 가진 힘이 있어요. 연극은 온전히 상황과 대사로 전달한다면, 뮤지컬은 배우의 감정과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해서 관객이 이를 더 증폭시켜 느낄 수 있죠."(조형균)

두 배우는 꾸준히 작품을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형균은 올해 2월 뮤지컬 '시라노'를 마무리한 뒤 초연작 '라이카'와 '더 퍼스트 그레잇 쇼' 무대에 잇달아 오른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공연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직업이 뮤지컬 배우이니 작품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시간보다 앞으로 할 시간이 더 짧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작품에 임하고 매일 행복하게 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은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매체도 넘나들며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동백꽃 필 무렵'을 비롯해 최근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도 출연했다.
그는 "영화, 드라마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공연이 없을 때 매체 연기를 했는데 재미있었다. 드라마와 영화 연기는 뮤지컬을 하는 데도 좋은 경험"이라고 떠올렸다.

두 배우는 초연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공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형균은 "초연을 할 때 꿈은 관객들이 좋아해 줘 재연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것"이라며 "창작 작품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순수 창작 작품이 늘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성훈은 "작품이 롱런했으면 하는 바람이 항상 있다"며 "공연 기간이 짧아 한회씩 할 때마다 맛있는 곶감을 하나씩 빼먹는 기분일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작가, 작곡가, 공동 연출, 스태프, 배우들 모두 매우 큰 도전을 했다"며 "서울시뮤지컬단이 계속 시도하는 창작 뮤지컬이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공연은 29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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