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 WEF 수장 "수년간 라가르드와 논의해왔다"
라가르드, ECB 총재 조기 퇴임 후 다보스 수장으로?불명예 퇴진 WEF 수장 "수년간 라가르드와 논의해왔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69)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조기 퇴진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이끄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연례 회동이다. 지난해 매출이 4억4천만 스위스프랑(약 7천300억원)에 달하는 '돈 버는' 기계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달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87)이 직장 내 성희롱, 인종차별 논란 속에서 의장직에서 해임됐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슈밥은 FT와 인터뷰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 만료 이전에 WEF를 이끌 수 있도록 스위스 내 아파트 마련 같은 기술적 준비가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슈밥은 라가르드 총재가 WEF 의장직을 맡는 방안을 수년간 서로 논의해왔다면서 지난달 초 독일에서 만났을 때도 "내가 의장직을 유지하다가 그가 준비되는 시점, 늦어도 2027년 초까지 WEF 리더십을 넘기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8년부터 WEF 이사회 위원을 맡고 있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취임 일정을 두고 양측 간 상호 이해가 있었으며, 이는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 만료 최소 10개월 전에 ECB를 떠나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가 조기 퇴진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이들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라가르드 총재가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2%)를 달성한 이후 WEF 의장직을 맡는다는 조건 아래 동의했다고 전했다.
ECB 직원들은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ECB 대변인은 "라가르드 총재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 전념해왔으며, 임기를 끝까지 완수할 의지가 확고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 태생의 변호사 출신인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낸 뒤 2019년 ECB 최초 여성 수장에 올랐다.

슈밥은 지난달 초 직장 내 성희롱 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2027년 1월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주 후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그와 그의 가족이 WEF에서 부적절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WEF 이사회가 그를 의장직에서 해임했다.
제기된 혐의들을 모두 부인하는 슈밥은 "나의 두려움은 이것이 계속되고 조직에 대한 해결책 없는 불신이 남는다면 라가르드가 의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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