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사진 아닌가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조현화랑 강강훈 개인전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9 14:06

수정 2025.05.29 14:06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조현화랑 '강강훈 개인전' 전경. 조현화랑 제공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조현화랑 '강강훈 개인전' 전경. 조현화랑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시실에 걸린 작품들은 사진이 아니었다. 사진과 구별이 안 될 정도의 정교한 그림이었다. 솜털 하나, 눈빛의 그늘까지 전부 붓으로 그렸다. 강강훈 작가는 그림을 통해 실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보여준다.

회화들이 각각 하나의 '초상'이자 시간 속에 포착된 '기억의 장면'처럼 존재하게 하는 강강훈 작가 개인전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 지하 1층 조현화랑 서울에서 오는 7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2년 이후 2년 반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200호 대작 4점과 인물·목화를 소재로 한 신작들이 소개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목화는 2022년 작고한 강 작가의 어머니를 상징하며 자연물에 깃든 특별한 존재를 의미한다. 목화는 흰머리나 손처럼 부드러운 솜털과 잎사귀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는 세대 간의 이어짐과 변하는 존재를 나타내며 존재와 부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목화 그림에서 생략된 디테일, 두꺼운 물감의 질감, 절제된 색상은 독특한 시각적 특징을 만든다. 물질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너머의 초월적인 세상을 향하며 추상적인 표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강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 속 변하는 존재, 생명의 지속성, 영혼과 같은 비물질적인 주제를 강조한다.

강강훈 '목화'. 조현화랑 제공
강강훈 '목화'. 조현화랑 제공

자신의 딸 얼굴과 함께 놓인 목화, 그림 속을 비추는 빛과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세대를 이어 지속되는 존재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 계속해서 사라지지만 새롭게 이어지는 존재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인 상징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모든 것이 강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회화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 다른 대표작 '해는 진다', '비는 그친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등은 서정적인 제목처럼 자연의 현상에서 일어나는 메타포들이 인간의 정서로부터 일으킨 풍경이 되길 바라고 작업에 임했다.

어머니를 잃은 이후 일어난 모든 현상들에는 메타포가 작용했고, 특히 자연의 현상으로부터 느껴진 바가 강했다고 강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비는 우리에게 시련의 메타포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결국 그치고 해는 든다"며 "만물과 자연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메타포를 통해 창을 만들고 바라보게 되며 세계를 구성하는 가치는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향후 강 작가는 아직은 인물화 불모지인 국내에서 인물화의 본질을 알리고 계속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모습을 그려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루기 힘들고 시장의 수요가 적다해서 우리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면 나의 소명에 눈을 감아버리는 짓이다. 이같은 작은 소명들이 모여서라도 인간의 존재와 인류애를 생각하게 된다면 인물을 그리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강훈 '해가 진다'. 조현화랑 제공
강강훈 '해가 진다'. 조현화랑 제공

조현화랑 측은 "강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온 회화의 본질, 보이는 것 너머의 ‘느껴지는 것’은 이번 전시에서도 강하게 발현된다"며 "그는 과거와 미래라는 폭넓은 주제를 구상(사실적인 그림)과 추상(비구상적인 그림)의 경계에서 선보이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인물화 연작은 어떤 대상을 단순히 재현의 차원에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내면의 세계로 진입하게 해 관람자를 진정한 자아와 대면하도록 유도한다"며 "특히 작품의 소재로 간간이 등장하는 그의 딸은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인데 강 작가를 닮은 한 인생의 찰나를 놓치기 싫다는 데서 연유한 작업은 자유로운 물감의 형태들과 함께 유동적으로 표현된다"고 전했다.

한편,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또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전 세계 다양한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모두 팔릴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