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불길에 폭삭… 을지로 상인들 망연자실

서지윤 기자,

최혜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9 18:08

수정 2025.05.29 18:48

재개발 앞둔 노후상가 공실 많아
화재 취약… 원인 파악도 힘들어
"동네가 다 폭삭 가라앉았구먼."

12시간 넘게 이어진 화재로 폐허가 된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주변 노후 건물 일대. 29일 찾아간 현장은 온통 잿더미뿐이었다. 불에 탄 가게들은 지붕이 내려앉고 벽이 깨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검게 그을린 간판 조각들이 이곳에 가게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상가 주변에 타다 남은 철근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200m 떨어진 곳에서도 숨을 쉴 때마다 매캐한 냄새가 올라왔다.

마스크를 내리면 목이 따가울 정도로 공기가 매웠다. 주민들의 기침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과 당분간 막막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해 했다.이모씨(72)는 "연기가 직격탄으로 집에 다 들어가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근처 숙소에서 자고 온다"며 "방진 마스크가 한 시간 만에 새까매졌고, 물걸레로 창문 틈을 막아도 재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20년 가까이 을지로에 살았다는 주민 유모씨(73)는 "가게를 운영하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서 3~4년씩 장사를 안 하고 공실인 곳도 많아 제대로 관리가 안 됐을 것"이라면서 "화재 원인이야 소방이 밝히겠지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개발을 앞둔 노후 건물에서 불이 시작된 탓에 시민 불안은 특히 컸다. 30년 가까이 전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권모씨(60대)는 "한옥 건물을 개조한 곳이 많아 한번 타면 불길을 잡기가 어렵다.
재개발을 한다고 해서 빈 가게가 많았는데 다들 떠나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나와서 탈 게 너무 많다"며 "비닐 천막이나 천, 폐타이어는 한 번 불에 타면 물 뿌려도 소용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빠른 피해 복구를 희망했다.
주민 백모씨(73)는 "이곳에 주민 3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다들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며 "불났을 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