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계정 제출 의무화 검토
주한 미국대사관 이틀째 대기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비자 인터뷰를 중단한 지 이틀째인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는 비자 발급 절차를 위한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 7시20분 업무를 시작하자, 대기자는 170여명까지 늘었다. 초조한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주한 미국대사관 이틀째 대기줄
갑작스러운 미국의 조치로 8월 새 학기에 맞춰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던 학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미국 당국이 유학 비자 신청자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계정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더해지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아예 계정을 정지시키는 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인터뷰 대기 줄에서 만난 박모씨(24)는 "유학 준비생들 사이에서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며 "인터뷰가 거절당한 사례도 많이 있어, 불안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 10년차에 접어든 윤모씨(31)는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둔 상황이다. 그는 "이미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비자를 한 번 거부당했다"며 "이번마저 실패하면 유학을 중단할 수도 있어 대비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SNS 정보 사전 제공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학 준비생들 사이에선 SNS 정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씨는 "SNS 아이디만 있고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혹시 모르니 아이디를 삭제하라고 해서 고민 중"라고 전했다.
충격파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인터뷰 중단에 J-1비자도 포함됐기 때문에 현지 한인 업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LA 자바시장(패션상가)은 J-1비자로 국내 학생들을 인턴으로 고용해왔다.
인터뷰가 일시 중단되는 비자는 F, M, J 등 세 종류다. △미국 대학에 유학하거나 어학연수를 받으려는 학생이 받아야 하는 F비자 △직업훈련을 받으려는 사람이 취득하는 M비자 △교육·예술·과학 분야 교류를 위한 교환 연구자·학생 J비자 등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학생과 시장 모두 움츠려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학 준비생 수요가 줄어들 경우 유학원, 어학원, 비자 컨설팅 업체, 현지 한인 인턴·취업 연결 업체, 항공·숙박·보험 업체 등의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미다.
한 미국 비자 전문가는 "외국인인 유학생들에게는 미국인들에게 요구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비자 심사시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박성현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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