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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원화 가치 상승의 의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9 18:54

수정 2025.05.29 18:54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크게 오르고 있다. 저평가 상태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원화 가치는 더 상승하고 이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4월에 148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5월 말에는 1360원대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결정 요인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는 더 오를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달러 인덱스와 더불어 일본의 엔이나 중국의 위안 등 상대국의 환율이다.

이 외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나 경상수지도 환율 변동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이들을 설명변수로 원·달러 환율을 종속변수로 회귀 분석해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해볼 수 있다. 분석 대상 기간은 2001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다. 원·달러 환율은 이들로 추정한 적정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여기에 근접하면서 변동해왔다. 2025년 4월 말 이들 변수로 추정한 적정 원·달러 환율은 1169.7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환율은 1426.9원이었다. 원화 가치가 22% 저평가된 셈이다.

단기에 원·달러 환율이 적정 수준까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원화 가치는 더 오를 확률이 높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변수는 달러 인덱스이다. 달러 인덱스가 연초 110에서 5월 말에는 99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달러 인덱스는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쳐 지난해(2.8%)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26.4%에서 2030년에는 25.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미국의 GDP 비중과 달러 인덱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6년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또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도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이다. 미국의 대외순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6.7%에서 2024년에는 89.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방정부 부채도 GDP 대비 89.9%에서 124.1%로 증가했다.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내린 주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2000년 71.1%에서 2010년 62.2%, 2024년에 57.8%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금을 사고 있다. 미국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자금 유입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것이다.

이런 요인을 고려할 때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더 상승할 확률이 높다.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 경제에서 수출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은 둔화했고 서비스업 등 내수는 증가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S&P500보다는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실제로 2000년 1월에서 2025년 4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S&P500의 상대지수와 달러 인덱스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83)가 있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코스피는 0.79%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전기전자 업종보다는 금융업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주식 투자자라면 미국 주식보다는 내수 업종 중심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