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직장인 부대' 200m 줄…첫날 역대 최고 투표율 열기
귀화 한국인들도 투표 대열…부정선거 주장 단체 퇴거 요청받아
[사전투표] 첫날 마감 직전까지 "투표 가능한가요" 장사진(종합)점심시간 '직장인 부대' 200m 줄…첫날 역대 최고 투표율 열기
귀화 한국인들도 투표 대열…부정선거 주장 단체 퇴거 요청받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시민들이 봄볕 더위와 긴 대기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나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사전투표는 기존과 달리 전부 평일에 실시된다.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천568개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
첫날 기준 최종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19.58%로 집계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종로구 사직동주민센터 앞은 마감 직전까지 투표하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퇴근 후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은 투표사무원에게 "줄이 긴데 투표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사무원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을 놓고 회의한 뒤 "6시가 넘어도 사전에 대기표를 받은 분들은 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직장인 박선아(27)씨는 "사전투표 첫날 투표하고 싶은 마음에 저녁 약속 전 빠르게 들렀다"며 "다행히 대기표를 받아 오늘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엔 수업을 마친 인근 대학생에 퇴근 후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까지 더해지며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민센터 앞에는 60m가량의 줄이 이어졌고 대기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점심시간에는 샌드위치, 아이스 커피, 손 선풍기 등을 든 직장인이 몰려들면서 200m가량의 대기 줄이 만들어졌던 곳이다.
오후 5시 59분께 헐레벌떡 다가온 시민이 "지금 줄 서면 투표할 수 있나요"라고 물은 시민을 마지막으로 추가 대기는 금지됐다.
투표소 앞 인도를 지나 경의중앙선 신촌역 1번 출구 앞까지 이어지는 긴 줄을 보고 다른 날 투표하겠다며 발길을 돌리는 유권자도 종종 포착됐다.
이날 생애 첫 투표를 했다는 이화여대생 정소연(19)씨는 "진짜 성인이 된 느낌"이라며 "이번에는 대통령이 임기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미현(26)씨는 "저번 대선 때는 관외 선거 줄이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다음 대선은 5년 뒤에 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림2동 주민센터에서는 귀화 한국인들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약 30년 전 한국으로 귀화했다는 김모(67)씨는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대선에 참여해 왔다"며 "경제를 잘 굴러가게 해 줄 사람이 누구일지 보고 뽑았다"고 했다.
이 투표소 안팎에선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청년과 유튜버 5∼6명이 모였다. 일부는 투표소 앞 계단에서 투표소에 들어서는 시민의 수를 세다가 퇴거 요청을 받고선 건물 밖에서 집계를 이어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냐" 등의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밝힌 30대 A씨는 "우리 집계와 선관위 집계가 너무 큰 차이가 나면 의심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도 유권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께 1시간 이상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가 차츰 혼잡도가 해소되며 오전 8시 이후로는 10∼20분이면 한 표 행사가 가능해졌다.
투표가 진행되는 기표소 옆으로는 형형색색 캐리어들이 자리 잡으며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여권을 들고 '투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는 김지연(21)씨는 "여행 때문에 투표를 못 할까 봐 걱정했다"며 "인생 첫 대선 투표를 공항에서 하게 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영섭 한지은 장보인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기자)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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