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기증, 알고 보니 유전자 폭탄"…67명 중 10명 암 진단

[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챗GPT) 2025.05.29. [e-mail]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하다임 인턴 기자 = 유럽에서 유전병을 가진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 67명 중 10명이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프랑스 루앙대학병원의 생물학자 에드비쥬 카스페르가 지난 2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유럽인간유전학회에서 이같은 사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기증자는 암 억제 유전자인 TP53에 돌연변이를 보유한 남성이었다. 해당 변이는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희귀 유전성 질환인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2008∼2015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의 46가족이 이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최소 67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뇌종양, 호지킨림프종 등 각종 암 진단을 받았다.

또 다른 13명은 TP53 유전자의 변이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암 발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카스페르는 이들 역시 암 발병 위험이 높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고, 50% 확률로 자녀에게 암이 유전된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자신의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정자를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의 '유럽정자은행'도 유전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했지만, 당시 TP53 변이와 암 관련성이 규명되지 않아 검사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동일 기증자에 의한 출산 횟수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10회, 덴마크는 12회, 독일은 15회로 정자 기증자의 출산 허용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유럽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네덜란드에서는 한 남성이 500명 이상의 아이를 낳게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으로부터 기증 중단 명령을 받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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