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졸업식, 하버드의 존재론적 싸움으로 가득찬 것 보여줘”
졸업식 도중 유학생 모집 차단 금지하는 법원 결정에 “환호”
가버 총장 축사 “외국 학생 환영”에 3만 여명 박수갈채
![[서울=뉴시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29일 졸업식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출처: 하버드 크림슨) 2025.05.30.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30/202505300735302009_l.jpg)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하버드대는 ‘졸업하기 위해 입학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가 가진 위상과 명성으로 졸업 후 갖게 될 후광을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하버드대 졸업식은 영광과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29일(현지 시각) 진행된 374회 하버드대 졸업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학의 자율을 높고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다양성 존중의 학교 정책을 바꾸고, 외국 유학생의 비율을 15%(현재는 약 27%)까지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정부의 보조금을 중단하고, 면세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외국 유학생 선발 허가를 취소하려다 법원의 제동에 걸리는 등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하버드 졸업식이 자부심과 항의로 얼룩졌다며 “졸업식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존재론적 싸움에 휘말렸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눈에 띄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졸업식 행사에 앞서 약 20명이 하버드 광장에 모여 정부의 하버드대에 대한 공격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행사장 밖을 지나가는 트럭 한 대에는 ‘하버드의 주요 반유대주의자들’이라는 사진이 담긴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캠퍼스로 들어가는 각 문에서는 동문들이 ‘크림슨 용기(Crimson Courage)’라는 스티커를 나눠줬다. 이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동문 그룹의 이름이다. ‘하버드 크림슨’은 대학 잡지 이름이다.
하버드대 졸업식이 열리고 있는 시간 불과 몇 km 떨어진 메사추세츠 연방법원은 국토안보부가 다시 신청한 외국인 학생 등록 권한 취소명령을 금지시켰다.
판사의 가처분 결정이 알려지자 졸업식장에는 환영과 안도와 함께 작은 웅성거림이 있었다고 NYT는 분위기를 전했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졸업생인 하룬 하이더는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유학생들이 하버드를 훌륭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에 유학생을 보호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다. 그 사실을 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등록 학생의 27%로 알려져 있다.
앨런 가버 총장은 졸업식에서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을 마땅히 그래야 할 모습으로 환영한다”는 말로 축사를 시작하자 약 3만 명의 군중으로부터 엄청난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졸업식에서 가버 총장이 가자 전쟁에 대한 캠퍼스 시위에 대한 하버드의 대응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야유를 받았던 것과는 놀라운 변화였다. 대학 측은 시위를 벌이다 징계를 받은 졸업생 13명의 졸업을 보류했다.
졸업식에서 연설한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소설가인 에이브러햄 버게스 “최근의 어떤 사건도 여러분이 이곳에서 이룬 성과를 깎아내릴 수 없다”며 “여러분이 보여준 모범에 대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의 행정학 석사학위 수여식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콰베나 포수는 “하버드는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양성한다”며 “그것이 바로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시민 케이시 웬츠는 하버드 스퀘어에서 “하버드, 당신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큰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트럼프에 맞서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며 “하버드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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