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발굴, 막냇동생 유전자로 2년여만에 신원 확인
중학교 4학년 17세에 참전, 막냇동생과 여동생 품에
[파이낸셜뉴스]
중학교 4학년 17세에 참전, 막냇동생과 여동생 품에

6·25 전쟁 당시 국군 수도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17세의 나이로 전사한 고 이봉수 하사의 신분이 확인돼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가 열렸다.
30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경북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고 이 하사로 확인했다.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 귀환 행사는 경북 경주시 고인의 친조카 이성우 씨(50세, 막냇동생 이봉구 씨의 아들)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열렸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신원 확인 통지서와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유가족 대표인 막냇동생(7남) 이봉구 씨(73세)는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고인의 신원 확인은 그의 유전자 시료 채취 참여로 인해 가능했다. 이 씨는 2년 전 국유단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고, 안내에 따라 경주시 보건소를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제공했다.
고인의 여동생(3녀) 이정순 씨(84세)는 “온몸이 떨리네요. 오빠 이름이 입 밖으로 계속 나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봉수는 온다! 봉수는 온다!’며 살아올 것이라는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셨어요. 어머니는 오빠가 돌아올 때 혹시나 본인을 못 알아볼지 모른다며 추운 한겨울에도 외출하실 때 머리를 가리는 두건을 쓰지 않으셨어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돌아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인은 1933년 8월 경북 경주시 황남동에서 2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족들은 북한군이 파죽지세로 남하해 경주에서조차 포성이 들릴 무렵 고인은 “아버지, 군에 가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참전을 말리는 부친과 며칠간 실랑이를 벌였다고 회고했다. 계속된 부친의 만류에도 고인은 같은 학교 친구 4명과 함께 참전했다.
고인은 한 달간 군사 훈련을 마친 뒤 1950년 7월 학도병으로 참전, 국군 수도사단 소속으로 '기계-안강 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그해 9월 전사했다.
고인이 사망한 기계-안강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형성하던 시기 국군이 안강·포항·경주 일대에서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 전투다. 이 전투로 국군은 기계, 포항 북방으로 후퇴하는 북한군을 추격하는 반격전으로 형세를 전환했다.
지난 29일 경주고등학교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해 미처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고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고인이 경주중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나 현재의 학제와 비교했을 때 당시 4학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박진홍 경주고등학교장이 유가족에게 경주고등학교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이번 고 이봉수 하사를 포함해 국유단이 2000년 4월 유해 발굴 사업 시작 이후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국군 전사자는 총 255명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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