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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5억 황제노역' '해외도피' 허재호, 이번엔 보석신청

뉴시스

입력 2025.05.30 12:54

수정 2025.05.30 12:54

범죄인 인도 송환 직후 구속 취소·보석 줄줄이 신청 "도피 아냐, 건강고려 석방" vs "도망·증거인멸 우려"
[인천공항=뉴시스] 김선웅 기자 = 해외도피로 조세포탈 재판에 불출석한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이 강제 구인 절차로 송환돼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압송되고 있다. 2025.05.27. mangusta@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김선웅 기자 = 해외도피로 조세포탈 재판에 불출석한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이 강제 구인 절차로 송환돼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압송되고 있다. 2025.05.27. mangusta@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황제 노역' 논란 이후 해외에 머물며 조세포탈 재판에 장기간 불출석한 대주그룹 허재호(83) 전 회장이 국내 송환 이후 구속 취소에 이어 보석도 신청했다.

허 전 회장 측 법률대리인과 검사는 구속 취소 심문에 이어 또 한 번 공방을 벌였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송현)는 30일 302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된 허씨의 보석 신청 심문을 종결했다.

허씨는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지난 27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이튿날 열린 28일 구속 취소 심문에 이어 이번에는 보석을 신청해 이날 심문이 열렸다.

재판부가 허씨의 구속 취소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보석을 허가할 지도 다시 심문한 것이다.



이날 심문에서는 구속 취소 심문 때처럼 허씨 측 법률대리인과 검사가 허씨의 석방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허씨 측은 "대주그롭 해체 이후 2009년 뉴질랜드 영주권 자격을 얻어 이주, 재기하고자 다시 사업을 했다. 이후에도 세무조사나 수사, 재판에 성실히 임했고 2014년 참고인 중지 결정과 출국금지 해제로 완전 이주한 것일 뿐 해외 도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어 인멸 우려가 없는 점, 광주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 주거지가 있는 점, 자진 귀국 의사에 따른 송환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 행사라는 관점에서 보석을 허가해달라. 보청기가 없으면 대화조차 힘들고 심장 질환에 척추협착증까지 있어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검찰이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 집행한 구금영장이 송환 절차를 위해 발부된 것인 만큼 영장 효력을 유지할 필요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석 조건으로는 광주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보석 자체를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허씨는 장기 10년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과거에도 조세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다음날 출국해 벌금을 미납해 지명수배가 내려졌는데도 4년간 해외 체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기소 이후 입국을 거부하고 재판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점,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힌 것 역시 범죄인 인도 절차가 시작돼 현지 경찰에 체포·구금되기 직전 자진 출석한 것으로 불구속 재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논리도 폈다.

검찰은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선 "이미 주요 참고인과 그 인척을 회유하려 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적대적인 증인을 회유하거나 위협할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건강 문제와 고령에 대해선 "그동안 건강 문제를 들어 그동안 불출석했는데 이제는 해소돼 귀국한 것인지 아니면 불출석 사유가 거짓말이었는지 의문이다. 연령은 구속 요건이 아니다. 전국에도 80대 수형자가 수백명은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 지연될 우려는 없는지, 허씨의 출석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을 허씨 측 법률대리인에 직접 묻기도 했다.

허씨는 2007년 5∼11월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50주를 매도해 25억원을 취득하고서도 소득 발생 사실을 은닉,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23일 기소됐다. 주식 차명 보유 중 배당 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허씨는 탈세 혐의에 대한 조세 당국의 수사가 시작되고 1년여만에 검찰이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하자 2015년 8월부터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이던 허씨를 재판에 넘겼으나 허씨는 입국을 거부하고 재판에 거듭 불출석했다.

이후 법무부는 2021년 6월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올해 3월18일에야 뉴질랜드 법원이 허씨에 대한 인도 결정을 했다.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이 이달 8일 범죄인 인도 명령을 내려 최근에야 송환 절차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허씨의 보석 인용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

허씨의 가족은 이번 사건인 포탈 양도소득세는 완납했으며 해외 도피와 강제 송환은 아니라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허씨는 2007년에도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돼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았다. 이후 도박 파문으로 2014년 3월 귀국한 허씨는 1일 5억원씩 탕감받는 '황제 노역' 논란이 일어 국민적 공분을 샀다.
파문이 일자 닷새 만에 노역을 중단한 허씨는 2014년 9월에야 벌금을 완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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