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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항모라니 진짜 항모는 불필요한가?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31 06:00

수정 2025.06.01 08:25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항공모함 획득 추진 노력 흑역사, 30여년 전 1996년 대통령에게 보고
 -군 내부 조직 이기주의 ‘야심찬’ 계획을 ‘무모한’ 계획으로 변질…좌초  
 -2020년 항모 재추진, 합참 소요결정 '전략' 부재, 타당성·경항모 논란 속 멀어져  
 -브런슨 사령관 ‘한반도 항모론’을 꺼내 들어 항공모함 단어, 다시 회자  
 -한반도 항모론은 지정학적 위치가 항모만큼 중요… 전략적 유용성 의미  
 -한반도 붙박이형 주한미군, 한반도·지역안보 달성에 불리…주목한 담론  
 -韓 추진해야 할 ‘진짜 항모’도 필요 없다는 논리적 비약은 타당하지 않아  
 -이미 유럽과 한반도 안보, 대만도 분리할 수 없는 지정학적 융합 시대 도래  
 -韓 한반도를 벗어나 확장된 안보 임무 가능한 전력, 항모 더 필요한 상황  
 -한반도 항모 담론 부상, 왜 한국은 항모 결정 유보하는지 현실 재검검 필요  
 -항모, 다목적성 플랫폼… 조기 승전 견인, 해상교통로 보호 등 주도 전력  
 -일석삼조 효과 거두려면 ‘드론 항공모함’만으로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 필요  
 -함정 3직제 기본…항모 2척 체계, 항모 1척+드론 항모 1척 체계라도 추진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한국의 항공모함 획득 추진 노력은 그야말로 흑역사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다. 1996년 당시 해군참모총장이던 안병태 참모총장은 대양해군 기치 아래 해군력 현대화를 추진했고, 그 야심찬 계획은 김영삼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다. 놀라운 점은 30여년 전에 보고된 이 계획안에 항공모함 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군 내부의 조직 이기주의는 ‘야심찬’ 계획을 ‘무모한’ 계획으로 변질시키기에 급급했다.

결국 이러한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항공모함 계획은 좌초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약 25년이 흘러갔고 2020년이 되어서야 항공모함 재추진의 발판이 마련된다. 그 사이 국제적 환경은 신냉전으로 변화되었고, 북한은 핵무장국으로 그 위협이 고도화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2020년 12월 30일 전력소요 결정권을 가진 합동참모회의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II’ 전력에 대한 소요를 결정하면서 항공모함 획득에 대한 기대치가 급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두 번째 기회를 맞은 항공모함 프로그램도 순탄치 않았다. 제대로 된 ‘전략’ 없이 ‘역대급 전력’을 건조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꼬리표가 줄 곳 따라다녔다. 더불어 그 성격을 경항공모함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있었다. 한반도 전구 작전과 해외임무 확장성 등을 고려해 경항공모함이 아닌 중형급 정규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타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2022년 12월 한국은 드디어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국가급 전략을 갖게 된다. 따라서 ‘전략’ 없는 ‘전력 건설’이라는 오명은 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지만 그럼에도 항공모함은 여전히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 항모론’을 꺼내 들면서 항공모함이라는 단어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반도 항모론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최강 해군전력인 항공모함만큼이나 전략적으로 유용하다는 의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이 발언은 지정학적 유용성이 높은 한반도에 위치한 주한미군은 그 강점을 활용하여 한반도 붙박이형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조정된 확장 임무를 준비해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즉 주한미군에게 전략적 유연성을 정책화시켜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강변한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어설프게 다루면 북한의 오판을 자극할 수 있기에 이 발언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럼에도 긍정적 신호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실상 주한미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므로 감축이나 철수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럼 ‘한반도 항모’라는 성격 규정은 한국이 추진해야 할 ‘진짜 항모’도 필요 없다는 식으로 논리적 비약은 타당할까? 사실관계를 곡해하지 않는 것도 ‘전략적 유연성’ 관리만큼이나 중요하다. ‘한반도 항모론’ 대두의 전략적 배경을 예리하게 따져보면 그 정반대의 논리가 타당하다. ‘한반도 항모론’은 국제정세가 한반도 붙박이형 주한미군으로는 한반도 안보나 지역안보 달성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 처방형 담론이다. 한국도 한반도 안보에 국한되는 인식으로는 기대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유럽의 안보와 한반도 안보를 분리할 수 없는 지정학적 융합 시대가 도래한 상태다. 북한군의 유라시아 전장 파병이 단적인 예다. 마찬가지로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는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분리할 수도 없는 환경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한반도를 벗어나서 확장된 안보 임무가 가능토록해주는 전력으로서 항공모함은 더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한반도 항모 담론이 부상하는 이 시기에 왜 한국은 아직도 항공모함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재검검이 필요하다. 사실 정상적으로 추진되었다면 지금쯤 이미 한 척 정도의 항공모함은 이미 작전배치되어 격변기의 안보질서에 대처하는 다양한 옵션 활용이 가능하였을 것이라는 교훈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항공모함은 다목적성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이다. 한반도 전구에서는 강력한 억제력 제공으로 전쟁을 방지하는데 그 역할의 차별성을 지니고 전쟁 발발시는 고강도 해상통제와 공중 우세권 확보를 통해 조기 승전을 견인하는 전력이기도 하다. 나아가 원해에서는 해양영역인지(MDA), 해상교통로 보호 등의 다양한 해상임무 수행을 통해 해양강국과 고강도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또한 재해/재난 대응 임무에서도 항공모함의 유용성도 크다.

‘한반도 항모론’은 심화하는 지정학적 도전 속에서 동맹국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전략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다. 동일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도 ‘진짜 항모’가 전력화되면 ‘한반도 항모’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항공모함이 앞서 언급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려면 최근 해군에서 검토하고 있는 ‘드론 항공모함’만으로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목표 완전성을 제고에 방점을 둔다면 드론 항공모함 1척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함정 3척 체계는 ‘작전-훈련-정비’로 이어지는 3직제 개념을 완성시켜 작전지속성을 보장시켜주는 기본공식이다. 획득예산 및 전력운영비 고려 항공모함 3척 체계 구비가 어렵다면 중형 항공모함 2척 체계라도 구축되면 나름의 효과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형 항공모함은 드론항모 역할도 가능토록 이중목적 비행갑판을 설계하면 될 것이다, 여러 여건상 이마저도 어렵다면 최소 중형 항공모함 1척 및 드론 항공모함 1척으로 구성한 2척 체계라도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